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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래 도미에 (Honore Daumier : 1808-1879) : 세탁부 (1863)

by 이종한요한 posted Jun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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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ore Daumier.jpg


제목 : 세탁부 (1863)

작가 : 오노래 도미에 (Honore Daumier : 1808-1879)

크기 : 목판 유채 49 X 43cm

소재지 : 프랑스 파리 오르세(Orsey) 미술관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헬 조선과 같은 자조적 표현이 생겨나고 금수저, 흙수저 같은 새로운 용어가 우울한 시대상을 대표하는 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사회적 격동기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13세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에서 그림에의 갈망을 지울 수 없는 열정으로 살다가 17살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전까지 유행하던 자연주의나 낭만주의의 비현실적이며 도피적인 면에 대응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정확하고 대담하게 화폭에 담아 사회부정을 고발하는 일방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정감과 기쁨을 표현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는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이론에 대해 대단한 반감을 느끼며, 예술의 목적은 사실의 정확한 표현을 통해 인간들을 진리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명이라 주장했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이런 예술관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Honore Daumier.jpgHonore Daumier.jpg


  파리 세느강에서 세탁을 마친 여인이 왼손에 빨래 통을 오른손으로 어린 딸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계단이 상당히 가파른지 고개를 앞으로 깊히 숙이고 힘겹게 오르고 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녀의 뒤편엔 파리의 상징인 세느강변의 고급 주택지가 밝은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밝은 고급 주택지의 밝은 빛과 달리 이 모녀는 빛을 등진 어두운 상태로 앞으로 오르고 있다. 여인과 소녀가 안고 있는 어둔 색깔에 의해 고급 주택지와 대비되면서 금수저와 흙수저가 드러나고 있다.

 

  더 깊이 표현하면 강변 저쪽의 밝은 주택가는 프랑스가 어둠은 행실로 벌어들인 재산으로 치장된 모습이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같은 소위 그리스도교 국가들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식민지를 만들어 수탈행위를 계속했고, 이런 악행에 의해 영국은 신사의 나라, 고급 지식을 파는 나라, 프랑스는 고급문화와 예술의 대명사로 치부되는 나라가 되었다.

 

  영국의 신사다움이나 프랑스의 교양과 문화가 식민지 사람들을 수탈한 대가로 얻어진 어두운 빛이라면 이 모녀를 감싸고 있는 어둠 역시 잘못된 사회구조가 던진 어둠이라 볼 수 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부인의 육중한 몸집은 이 여인이 어릴 때부터 힘겨운 노동으로 살아온 삶의 이력서로 볼 수 있다. 여인의 손을 잡은 어린 소녀는 한손에 어머니가 빨래 때 사용했던 빨래도구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다가 그것을 들고 올라오고 있다.

 

  이 가난한 소녀에겐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잠시 사용하지 않을 때 이것으로 장난하는 것이 유일한 소일꺼리였던 그런 처지였다.

 

  그런데 눈부시게 빛나는 강 건너 부자들과 전혀 다른 어두움에 감싸인 이 모녀의 모습은 전혀 비참하거나 안쓰럽게 보이지 않고 당당해 보인다.

 

  무엇보다 모처럼 딸의 손을 잡고 있은 어머니의 푸근한 마음, 비록 억척스런 노동으로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그리 보이지 않는 우람찬 체격의 여인이 이 소녀에게는 더없이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이기에 모녀의 모습은 더 없이 행복하고 생기있어 보인다.

 

  이 소녀는 오늘 우리 사회를 절망시키고 있는 흙수저의 상징이다. 앞으로 이 소녀도 어머니의 힘든 인생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너무 뻔한 일이나 비참하거나 슬픈 감회가 아닌 강 건너 안정된 삶을 구가하는 부유층이 느끼기 못하는 희망과 푸근한 인상, 삶의 곧 기쁨임을 알리고 있다.

 

  이 모녀는 삶의 환경은 더 없이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처지이나 비록 한손에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빨래통을 잡고 있으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힘겨운 계단을 오르고 있는 딸이 있기에 모녀의 현실은 충족된 만족과 행복에 도취되어 있다.

 

  이 소녀의 심정은 시편의 다음 구절을 상기 시킨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시편 23)

 

  이 여인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로 나가야 했으니, 그동안 소녀는 척박한 시설의 탁아소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데, 일과였는데, 이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으니 더 바람이 없다.

 

  다음 라틴 격언을 생각게 한다. Non plus ultra!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

 

  여인 역시 딸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면서도 자기 삶의 무게와 같은 빨래통이 있지만 딸의 앙징스러운 손이 주는 체온을 느끼면서 어머니로서의 충만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

 

  예나 오늘이나 밝은 저편에 살고 있는 기득권자들,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 금수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문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한다.

 

  금수저 출신의 소녀들은 이 소녀 나이에 매일 몇 개의 과외수업에 시달리다 보면 인간적인 삶의 기쁨은 느낄 새도 없고 오직 풍요가 주는 편리와 쾌락을 즐기는 것으로 보상받고 있다.


  행복이라는 것을 외형적인 조건이나 능력으로 평가하기 이전, 느낌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금수저를 물고 있는 아이들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이 소녀의 행복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금수저를 물고 산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녀들에게 금수저를 물려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보면 사랑으로 충족된 자기 인생은 없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 모녀의 가난은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의 탓이니 바꾸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성서가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은 결코 비참함만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의 차원임을 알리고 있다.

 

  이 모녀가 느끼는 행복은 바로 성서의 다음 내용을 증거하고 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루카 6,20)

 

  이 작품이 프랑스가 배경이기에 모녀는 자연스럽게 크리스천이라는 설정은 하지 않더라도 무거운 빨래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그런 삶의 순간에도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 자기 보호 아래 있는 딸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신앙으로 이어지는 행복이다.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바로 자비 지극하신 하느님의 마음이고, 그러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야 말로 하느님의 만나는 순간이라면 이 모녀의 모습은 성서에 나타나는 어떤 장면이나 성인들의 생애 못지않게 훈훈한 인간적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는 흙수저과 금수저로 뒤얽힌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도 비록 흙수저의 처지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때 행복하며. 하느님의 사랑은 바로 흙수저의 인생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떤 금수저 인생도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낭만주의의 비현실적이고 도피적인 면에 대응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주로 그렸다면, 사실주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의 단면을 화폭에 담아냈으며, 이 작품은 사실주의의 대표로 볼 수 있다.

 

  낭만주의나 인상파의 그림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서 인생의 진실에 접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해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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