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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이태리를 다녀온 옛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이태리에서 시작된 새로운 유아교육방법(유치원)에 대한 체험을
그 친구가 이야기 해주었다.

그곳 아이들은
그냥 어떤 물건을 보고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음악을 듣고나서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냄새를 맡아보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맛을 보고 그 맛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어린아이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무수한 가능성에 열려있는 자세가
충격적이더란 이야기였다.

우리는 무엇을 볼 때
늘 우리의 경험안에 고정된 시각으로 만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정작 그 안에 숨어있는 깊이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복음은
태생소경의 치유기사를 들려준다.
또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한때 어둠이었고
지금은 빛이 되었다고 아리숭한 말씀을 들려준다.

언젠가 예수님께서는 필립보 사도에게
<나를 알았으면 그게 바로 하느님을 아는 것이고
나를 보았으면 그게 바로 하느님을 본 것이다>고 하신다.
우리는 자꾸만 예수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말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감동적인지 별로인지
거기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정작 그분이 보여주시려고 하는 하느님을 못보게 되고
정작 그분이 가르쳐주시려고 하는 그 하느님을 몰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와 함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봉헌하시는 예수님을 보지는 못하고
사제가 미사를 잘 드리는지
제대에 꽃이 잘 어울리는지
독서하는 사람은 잘 하는지
해설자는 또박또박 잘 하는지
사제는 강론을 잘 하는지
마이크 상태는 좋은지...
이런 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못보고
정작 깨달아야 할 것을 못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립보 사도처럼
하느님께서 <짠!> 하고 당신 자신을 직접 보여주시기를 바라면서
정작 형제 자매들 안에서 일하시는 그분을 바라볼 줄 모른다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뵈올 수 없을 것이고
하느님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때 나는 눈뜬 장님이다.
태생소경이 소경이 아니라
눈을 뜨고도 그분을 바라볼 수 없으니
내가 바로 눈뜬 장님이 아니겠는가?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내가 꽃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 꽃의 아름다움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색깔이 이쁘니, 모양이 이쁘니, 향기가 좋으니만 생각한다면
나는 정작 보아야 할 것, 깨달아야 할 것을 잡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 꽃을 통해
하느님께서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그리고 우리 자신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신지를
바라보고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뵈올 수 없고
하느님을 알 수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영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열려있는 시각,
즉 어린이들의 상상치도 못한 사고와 생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만사를
벌써 온전히 이루어진 <완성태>로 보지 않고
항상 미완의 <가능태>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만이
영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주님,
제 눈을 뜨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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