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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화요일-성전 물의 물꼬를 터라

by 당쇠 posted Mar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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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란 저는
지금도 차를 타고 가다가
봄 철 물 그득한 논을 보면
마음이 더 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수리시설이 요즘처럼 잘 되어 있지 않더 옛날
모내기를 앞 두고 논에 물을 댈 때면
서로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한 마디로 전쟁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물을 대면 그만큼 한 해 농사
망치는 것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삽으로 찍는 사고가 나기도 했지요.
저희 집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집에 어른 남자가 없어서
이런 싸움에 끼지도 못하고
밤에야 논에 나가 물을 대는 것입니다.
어린 저도 어머니, 누나들과 이런 물대는 일을 하였습니다.
물꼬를 우리 논으로 트고
물이 우리 논으로 콸콸 들어오면
어린 저의 귀에도 물소리가 밤의 정적 가운데
그렇게 조용하면서도 힘찰수가 없었습니다.
물소리가 그렇게 충만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만으로도 힘차고 충만할 수 있음을
이때 처음 체험하였습니다.
그리고 흘러드는 물은 마냥 보아도
졸립지도 지루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관상 삼매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에제키엘 서는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은 하느님이고
물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물은 하느님의 사랑이다.
이 물이 흘러들어야 합니다.
나에게도 이 물이 흘러들어야 합니다.
물꼬를 나에게로 터
나에게도 흘러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하느님의 생명이 내 안에서도 넘칠 것입니다.

물은 사랑이고
물은 흘러야 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습니다.
나를 채우고 넘치는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생명력은 이제
"나"라는 성전으로부터 흘러나가
다른 이에게로 흘러가야 합니다.
거기서도 생명이 넘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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