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면서
버림, 비움 등의 말을 많이 듣습니다.
급기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버리지 않으면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의 일환으로 아버지나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쥐고 있는 것을 놓으면 살 수 없습니다.
당장 입을 옷이나 먹을 음식, 오늘 밤에 잠자리에 들 집이 없으면
우리는 불안합니다.
인간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없다면,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우리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때
많이 쥐고 있으려 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손에 가득 쥐고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주님을 따르는 모습은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한 사람의 모습이며,
이만 명의 적을 만 명으로 맞서는 임금의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왜 어리석은 행동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손에 쥐는 것인데,
그것을 놓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은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하라는
어리석은 명령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쥐고 있던 손을 놓았을 때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알고 계시며,
항상 그 필요를 채워주시려 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자비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다른 곳에서,
육신의 아버지가 아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하늘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려고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려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잃어버릴까봐, 빼앗길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분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힘들게 움켜쥘 필요도 없고,
무겁게 계속 들고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실 것입니다.
이렇듯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던 손을 놓고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손에 무엇인가 쥐고 싶으시다면
하느님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창조하신 그분과 하나가 될 때,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