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그 어떤 것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그제 성당에서 중국인에게 살해된 김성현 루시아 자매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한 것은 인터넷에서였는데
제주에 중국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중국인 범죄도 늘어난다는 얘기와 함께
이번에는 성당에서도 살인이 일어났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초점을 희생자인 루시아 자매에게가 아니라
일반 뉴스의 초점처럼 중국인들의 범죄경향에 뒀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다음날 희생자가 기도하다가 그리됐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범인인 중국인에서 희생자인 루시아 자매 쪽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그제 루시아 자매가 재속 프란치스코 회원이며 이번 10월1-2일
제가 피정지도를 한 뒤 종신서약을 하게 될 자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루시아 자매는 참으로 열심한 신자이고 3회원으로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에는 매일 십자가의 길을 할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청소 등 궂은일을 많이 하신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부터 틈 날 때마다 온통 자매님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루시아 자매님의 죽음의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했던 거지요.
우선 종신서원을 앞두고 죽었으니 영혼결혼처럼
영혼 종신서약을 하게 하면 좋겠다는 요청들이 있는데
서원 상태에서 생을 마쳤기에 종신서약을 했건 안했건
종신토록 서원을 훌륭히 산 것입니다.
다음으로 성당에서 죽음을 당하고 십자가의 길을 하다가 죽게 된 것입니다.
성당에서는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살인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장이나 카바레에서 죽은 것보다 성당에서의 임종이 자매님에게는 복입니다.
더욱이 십자가의 길을 하다고 돌아가셨으니 자매님의 죽음은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다 따라간 죽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매님의 죽음과 오늘 순교자들의 죽음까지 생각하며
어떤 사람은 술 먹고 싸움질하다 죽고 어떤 사람은 성행위를 하다 죽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심하게 하다 죽고 어떤 사람은 사고로 죽곤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다가 죽게 될까, 무엇을 하다 죽으면 좋을지 생각해봤습니다.
농담반 진담반 사람들은 구구팔팔이삼사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많은 노인들은 고통 없이 그리고 남에게 고통 주지도 않고
잠자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까요?
저희 선배 백 안젤로 수사님은 저희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분인데
돌아가시기까지의 삶, 돌아가실 때의 모습도 훌륭하셨습니다.
저하고 살 때 수도복 입고 기도하다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여러 번 피력하시고 그래서 병고 중에도 그리고 임종이 가까워서도
편한 환자복 대신 두껍고 불편한 수도복을 입으시고 결핵약 때문에
잠이 쏟아져도 잠들지 않고 기도하려고 그리 애쓰시다가 돌아가셨지요.
그리고 불교의 고승들도 눕지 않고 좌선을 하다고 돌아가셨고요.
저의 죽음을 생각하면 술을 좋아하니 술 때문에 죽고
술 마시다가 죽게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스런 생각도 들고
나도 루시아 자매님처럼 기도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그냥 소박하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랑 때문에 죽고, 사랑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실상 오늘 우리가 축일을 지내는 만 명이 넘는 유명무명의 순교자들도
다 하느님 사랑 때문에 죽고, 하느님을 사랑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겠지요.
루시아 자매와 우리의 순교자들의 죽음을 묵상하는 오늘,
고통 없이 그리고 고통 주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기만을 바라는
내가 아닌지 반성하며 사랑 때문에 사랑하다가 죽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