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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오늘 마르코복음은 예수님의 일상을 전해줍니다.

외딴 곳에 가서 기도하시고,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악령들을 쫓아내시고,

새날이 되면 다른 곳으로 가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일상이라고 하면

어느 한 날만 이러하신 것이 아니고

늘 이런 식으로 하루를 사셨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생각게 되는 것이 어느 한 날만 이러셨다면 그것 가능하겠지만

매일같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혹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는 못 삽니다.

 

영어를 배울 때 “Burn out"이라는 말을 듣고 그 뜻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이렇게 매일 살다가는 우리 모두 “Burn out”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 “Burn out”이 한자로 표현하면 소진消盡되었다는 뜻이고

우리말로 하면 타서 재가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뭐가 타서 재가 되었다는 뜻이겠습니까?

타오르는 열정이라고 하는데 그 열정이 아닐까요?

 

교황님의 회칙 <복음의 기쁨>을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큰 위험은 극심한 소비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의 불행입니다. 이는 탐욕의 마음과 쾌락에 대한 집착과 고립된 정신에서 생겨납니다.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그분 사랑의 고요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선행을 하고자 하는 열정도 식어버립니다.

많은 이가 삶을 잃어버리고 불만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바뀝니다.”(2)

 

교황님은 여기서 열정이 식어버리고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찬 사람에 대해 얘기하며

그 원인이 욕심과 쾌락주의와 고립주의임을 얘기하고,

더 나아가 내적 생활을 추구할지라도 그것이 자기 안에 갇히면

다른 이를 위한 자리는 물론이고 하느님을 위한 자리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고독은 좋은 것이지만 고립은 나쁜 것입니다.

고립이 아닌 고독은 홀로 있지만 단절이 아니고

그리움이고 갈망이기에 이웃에게 열려있고 무엇보다 하느님께 열려있습니다.

 

그런데 고독-그리움-갈망-열려있음

이것이 기도의 문입니다.

 

우리는 기도는 하는 것, 무엇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하는 것(중얼중얼하는 것)

청원을 하는 것(달라고 하는 것)

흠숭과 찬미를 하는 것 등입니다.

 

그런 기도도 있지만 다른 기도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건 그만 두고 하느님께서 내게 뭔가 하시게 하는 것이요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나는 듣는 거지요.

 

또 다른 기도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것 완전히 멈추고 주님 안에서 휴식하는 것이고,

피곤할 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듯 하느님 사랑 안에 잠기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 엄청난 일정을 매일같이 소화하실 정도의 열정을 지니신 것은

이렇게 하느님 사랑 안에 잠기는 기도를 매일같이 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도 뭔가를 하는 피곤한 기도를 하지 말고

주님처럼 하느님 사랑에 잠기는 편안한 기도를 하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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