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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명절이 명절다우려면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Jan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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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얘기해서 수도원의 설 명절은 명절 같지 않습니다.

억지춘향이라고 하는데 억지명절입니다.

이것은 성탄절이나 부활절하고 비교하면 확실히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수도자들이기 때문에?

풀어 얘기하면 세상 명절에 초월한 수도자들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을 겁니다.

수도자들이 교회의 명절에 더 중심을 두고, 더 친밀하며

그래서 더 익숙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명절, 그중에서도 설 명절은 떨어져 있던 가족이,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기 때문에 기쁘고 즐거운 것인데

저희 수도원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1년 내내 같이 사는 사람끼리 명절을 지내니 맨송맨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형제들끼리 축구나 하고 밤에는 윷놀이 하는 것으로

명절 기분을 내고 오늘은 전부 외로운 사람 찾아 봉사하러 갑니다.

그런 심사의 발로일까 몇 년 전에 한 형제가

명절 기간 피정을 하겠다고 허락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때 시간 내기 어려우니 이 때 피정하겠다는 것인데

제 정신입니까?하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대구를 하였지요.

다른 데 갔다가도 일부로 돌아오는 것이 명절인데 아무리

수도원 명절이 맨송맨송해도 명절 때 어디 가냐는 거였지요.

 

그런데 다른 형제들보다 저는 더 명절이 명절 같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어머니 계실 때는 찾아뵙지 못하더라도 명절 같았는데

어머니가 안 계시니 어머니의 부재만 더 느끼게 만들 뿐입니다.

명절이 돼도 찾아뵐 어머니가 안 계시구나 하고 외려 쓸쓸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어서 어제는 저보다 10여 살 더 드신 형제님도

이 명절에 당신은 천애고아天涯古雅라고 하셔서 모두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설 명절은 새 해 첫 날이기 때문에 명절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설 명절일 뿐이고

명절을 명절이게 하고 명절답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도 없이 오늘 혼자 지내는 분에게는 

오늘이 설이기는 해도 명절은 아니지요.

 

그리고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모이지도 않겠지만 아무리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도

같이 명절을 지내는 것이 하나도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두 사람만 있어도 명절입니다.

명절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늘 명절인데

명절에 둘이 같이 있으면 최고의 명절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명절은 둘에게는 최고의 명절이겠지만

그리 칭송할만한 명절 쇠기는 아닐 것입니다.

왜냐면 그것은 세뱃돈 때문에 명절이 기다려지는

어린 아이의 명절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명절이 명절이게 해주는 명절을 지내야겠지요.

이 명절 아들이 없는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되어주고,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되어주며,

세배 드리고 덕담과 복을 받고 싶은데 그럴 어른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른이 되어 세배 받고 덕담과 축복을 해주는 어른이 되어주고,

세배 받고 싶은데 아무도 세배하러 오지 않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덕담이나 축복을 해줄 사람이 없는 어른들에게는

세배 드리고 덕담과 축복을 청하는 아들이 되어드리는 명절 말입니다.

 

우리는 더 넓고 더 큰 가족을 살아야 하는 신앙 가족이고,

더 크고 더 넓은 하느님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하느님 가족입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보다 외로운 가족을 챙기는 그런 명절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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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17.01.28 09:19:49
    감사합니다!
    새해 하느님의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17.01.28 04:13:15
    강론에서 제가 조금 엄살을 떨었는데 실은 제게 어머니가 안 계실 뿐이지 이 명절에
    어머니 같은 분이 많이 계시고, 아버지로 여기며 저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저를 아들도 되게 하고 아버지도 되게 해주시는 여러분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올 한 해 주님께서 주시는 복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세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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