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사람 피로증.
당연히 못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지금 만들어 낸 말이니까요.
사람에 따라 곧 성격에 따라
사람 피로증에 잘 시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만나는 데서 힘을 얻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나면 피곤해진다지요.
그런데 이런 성격의 문제를 떠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사람은 사람에게 시달려 피곤해지지요.
예를 들어 백화점 직원들은 하루에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기에
사람들에게 엄청 시달릴 것이고 그래서 일과가 끝나면 무척 피곤할 겁니다.
그렇다면 만남의 과잉이 사람 피로증의 원인입니까?
사람 피로증에는 분명 만남의 과잉 때문에 피로를 느끼는 것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예를 들어 한두 사람을 만나도
그 한두 사람 때문에 사람 피로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간병인들은
백화점 직원처럼 많이 만나지 않아도 일이 끝나면 매우 피곤할 겁니다.
그러므로 사람 피로증은 수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남이 어떤 만남이냐, 곧 만남의 내용의 문제입니다.
싫은데도 만나면 피곤하고 좋아서 만나면 안 피곤하고
원해서 만나면 피곤치 않고 원치 않는데 만나면 피곤하고
얄미운데도 만나야 한다면 피곤하고 가엾어서 만나면 피곤치 않으며
택시 운전사는 사람이 많아야 돈을 버니 많이 만나도 덜 피곤할 거고
복음 선포자는 오늘 복음의 주님처럼 불쌍한 사람을 만나며
가엾은 마음 때문에 많이 만나도 지치지 않고 힘을 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이 없을 때 사람으로 인해 피곤하고
사랑이 있으면 피곤치 않고 오히려 사람으로 인해 힘을 얻을 겁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외딴곳으로 가라고 하시고,
우리도 이 말씀에 따라 외딴곳으로 가는 것은
사람 피로증 때문에 사람 기피증이 생겨서
외딴곳으로 피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어야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해야 사랑이 회복되느냐 입니다.
주님께서는 외딴곳으로 가 좀 쉬라고 하십니다.
외딴곳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서 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인데
문제는 어떤 것이 잘 쉬는 것인가? 그것입니다.
사랑의 회복을 위한 쉼이라면
그저 외딴곳으로 가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하던 일을 쉬는 것, 곧 멈추는 것만으로도 안 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 안에서 쉬어야 할 것입니다.
싫은 사람 만나서 지친 것을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쉴 수 있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보다 사랑이신 하느님,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만나 그분 안에서 쉬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이고 피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