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축일의 정식 명칭은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명칭에 대해 흔쾌히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너무 마리아 중심적인 명칭이기 때문인데
마리아 중심이 문제라는 것도 페미니즘(여성주의) 차원,
곧 왜 남성중심이 아니고 여성중심이냐는 차원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이 중심이 아니라 마리아가 중심이라는 차원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는 이유가
마리아의 동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어머니성에 있는 것이고,
마리아의 동정성을 기리는 이유도
마리아의 동정이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듯
우리가 성 요셉을 특별히 공경하는 이유도 주님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요셉은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으로 인간적 차원에서는 이미 파혼을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자이기를 포기하고 남편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그러므로 요셉은 남자이기를 포기하고 남편이기를 포기한 남자입니다.
그런데 왜 남자가 남자이기를 포기하고
남자라면 왜 남편이기를 포기합니까?
남자가 싫어서도 아니고
남편 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잖습니까?
그러므로 마리아만 예수님의 친 어머니기에 성모 마리아라고 하고
요셉은 친 아버지가 아니기에 성부 요셉이라고 하지 않는 거라면
적어도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구원 협력자가 되기 위해
남자이기를 포기하고 남편이기를 포기한 거라고 이해함이 마땅하고,
그럴 경우 <동정녀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축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구원 협력자 성 요셉 축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가능성과 사명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요셉처럼 예수님의 구원 협력자가 될 수 있고,
우리도 요셉처럼 아버지가 필요한 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연결시켜 보면 저도 이러라고 부르심을 받았고,
저도 이러려고 파혼을 하고 수도생활을 하는 것이며,
요셉 성인만큼은 못 되어도 몇 사람의 아비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많은 아이의 아비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한 아이라도 예수님처럼 다른 이의 구원을 위해
이바지하는 아들로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지요.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리고 감히 요셉처럼
주님의 구원의 협력자가 되기로 마음먹어보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