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주님의 이 말씀에 제자들은 술렁거립니다.
보지 못하게 되다가 보게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또 ‘조금 더 있으면’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술렁이는 겁니다.
이 참에 저도 제자들처럼 <조금>이라는 시간 부사에 대해 성찰해봅니다.
<조금>의 의미 말입니다.
<조금>은 시간적으로 짧다는 뜻이고,
물질적으로는 그 양이 적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시간적으로 짧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조금>은 얼마를 말하는 것이고 얼마나 짧은 겁니까?
물리적으로는 어떤 것이 계량화됩니다.
예를 들어서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도착한다.’고 할 때
그 <조금>은 거리로는 10km, 시간으로는 5분입니다.
그런데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는
<조금>이 참으로 짧은 시간일 수 있고
<조금>이 조금도 짧지 않은 시간, 곧 긴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첫째로 조바심이 있는 사람에게 <조금>은 짧다가 길다가 들쑥날쑥합니다.
조바심이란 어떤 것의 결말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날지 반대로 날지
그것을 몰라서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인데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금>은 결코 짧지 않고 길 것이며
시간이 더 있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금>은 너무 짧을 것입니다.
축구경기를 하는데 우리나라가 이기고는 있지만 가까스로 버티고 있기에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5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그 5분이 너무도 짧겠지요?
둘째로 싫고 좋음이 있는 사람에게도 <조금>은 짧다가 길다가 합니다.
좋은 것은 짧고 싫은 것은 깁니다.
아니, 좋은 것은 짧게 느껴지고 싫은 것은 길게 느껴지는 거지요.
재미있는 것은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고
재미없는 것은 시간이 왜 그리 더디기만 한지, 그런 느낌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꿰뚫어보면 결국 공통점은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좋은 것을 원하고 좋은 것이 오래 지속되기를 원하는데
그 때 시간은 짧고, <조금>이라는 시간은 실제 시간보다 짧습니다.
반대로 싫은 것은 원치 않고 그래서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데
그 때 시간은 길고, <조금>이라는 시간은 실제 시간보다 깁니다.
그런데 더 생각을 해보면 좋은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천국이 좋고,
천당 가는 것이 좋으며,
그래서 천당에 빨리 가기를 원하면
이 세상을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이 세상에 머무는 짧은 시간은 너무도 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국이 좋고 천당 가는 것이 좋아도
내가 원하는 것이 천국이 아니라 이 세상에 오래 사는 것일 때
천국은 좋은 것이 아니고 천당에 빨리 가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럴 때 70년 긴 시간을 살았어도 그 시간은 너무도 짧은 불행일 것입니다.
무엇을 바랄 것인가?
무엇을 원하고 있나?
결국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