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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우리 교회 전례력을 조금 알고 오늘 전례력을 눈여겨 본 분은

왜 라우렌시오 순교자의 경축일을 축일로 지내지? 다시 말해서

라우렌시오 축일이 기념이 아니고 축일이지? 하고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 전례는 보통 사도들을 축일로 지내는데

라우렌시오 부제는 사도가 아닌데도 축일로 지내는 것은

그만큼 우리교회에 있어서 라우렌시오 성인이 중요하다는 뜻이며

로마교회의 기초를 놓는데 라우렌시오 성인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우리교회는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밀알 하나가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얘기이고,

라우렌시오 성인은 하나의 개인으로서 훌륭히 산 정도가 아니라

바로 로마교회의 부제로서 훌륭히 살았고

로마교회를 위해서 썩는 밀알이 되었음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부제들이 공동체 살림을 담당하는 거로 나왔듯이

라우렌시오는 교황 식스토 2세의 부제로서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였는데

로마 황제가 교회 재산을 탐내 교황이 순교하게 될 때 곧 뒤따라

순교하리라는 교황의 예언대로 라우렌시오도 순교하게 되었지요.

 

교회의 모든 보물을 황제에게 바치라는 요구에 라우렌시오는

모든 보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는

황제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보물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왜 가난한 사람들을 데리고 왔냐는 추궁을

분명히 받았을 것이고 이에 라우렌시오는 나의 보물은

바로 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는 저와 저희 수도회와 우리교회가 어찌해야 하는지 큰 가르침을 주고,

동시에 큰 부끄러움과 영적인 통증을 안겨주는 모범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정말 나와 우리 공동체의 보물인가?

부자나 큰 후원자는 존중하고 환대하고 감사를 드리고

가난한 사람은 덜 존중하고 마지못해 맞이하며

이분들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가?

 

옛날의 저는 가난한 사람들을 제일 사랑하고

반대로 부자들에 대해서 일종의 증오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자들에 대한 증오감이 없으며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들 대신에 부자들이 저를 차지하지도 않으며

가난한 분들과 고통 받는 분들이 여전히 제게는 우선관심자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이 진정 제게 보물인지,

그런 보물들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그렇게 존중하는지

이런 차원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고, 그렇지 못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저의 사랑이 교만한 사랑이고 시혜적인 사랑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가난한 분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 합니다.

그러나 겸손하게 사랑하지 않고, 그래서 무척 존중하며 사랑하지 않으며,

보물로 사랑치는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많이 받아 많이 가지게 된 사랑을

여유 있는 차원에서 나누는 식입니다.

 

그리고 머리로는 가난한 사람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하고

강의를 할 때, 특히 프란치스코가 나환자를 만난 것을 얘기할 때도

그렇게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프란치스코나 라우렌시오와 같이 대성인들 앞에서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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