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어제 복음에서 주님은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실 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루카복음은 오늘 악령의 하수인이라고 모함 받으시는 주님 얘기를 전합니다.
이로써 루카복음은 성령과 악령의 문제를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는 거지요.
주님을 잘 아는 우리는 주님께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악령과 대적하고 악령을 물리치신 분이고, 그런 다음에는
당신의 중요한 복음화 활동으로 악령추방을 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반대자들은 주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 악령의 하수인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요?
실은 주님께서 어떤 분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짜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진짜로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주님의 반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건 우리건 반대자들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나쁜 사람, 곧 악한 사람이 있지만
악한 사람이 아니어도 나를 반대하기에 나쁜 사람, 악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를 반대하기에 나쁜 사람, 악한 사람과
진짜 나쁜 사람, 악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을 해야 할까요?
우선 좋고 나쁜 기준과 선악의 기준이 내가 아니고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나를 반대하기에 나쁜 사람은 기준이 나이지만 진짜 나쁘고 악한 사람은
기준이 하느님이기에 그 자신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고
그래서 그 자신이 하느님께 나아가지 않는 자일뿐더러
다른 사람도 하느님 중심으로 모이게 하지 않고
오히려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자입니다.
달리 얘기하면 진짜 악한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을 사랑치 않고 자기를 사랑케 하며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의 패와 반대하는 자들의 패로 갈라지게 하고
그럼으로써 공동체를 갈라지거나 깨지게 하는 사람입니다.
더 문제이고 더 나쁜 것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내치는 것뿐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억압하고 얽어맨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이미 얘기한대로 진짜 악한 사람은
자기중심이기에 사랑을 하더라도 자기 입맛대로 사랑을 할 것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는 안 되고 자기만 사랑하기를 요구하겠지요.
이것은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와 정확히 반대되고
성령과도 정확하게 반대됩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을 얼핏 보면 주님도 당신 편에 서기를 요구하며
당신 편에 서지 않으면 반대자라고 하신 것 같지요.
그러나 당신처럼 사람들을 하느님 중심으로 모아들이지 않으면
흩어버리는 자라고 이어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당신 편에 서지 않으면 반대자라는 말씀의 속뜻도 흩어지게 하지 않고
하느님 중심으로 모이게 하는 사람이 당신 편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성령께서도 그러시지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면서도
우리를 일치케 하시는 분이시지요.
우리도 사랑을 하긴 하는데,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면에서는 우리가 주님과 성령을 닮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속 내용을 보면 반대자라고 하여 남을 악하다고 하지는 않는지,
나 중심적으로 사랑하는 악령스러움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