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우리는 오늘 주님 말씀에서 두 개의 명령어를 듣습니다.
하나는 먼저 말씀하신 것으로 마음이 물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는 겁니다.
사실 방탕, 만취, 근심은 신앙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근심은 쓸데없는 것이고 방탕과 만취는
타락한 사람이나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 하는 짓이지요.
그래서 반듯하게 살려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에 두 가지 명령어이지만 실제로는
주님 앞에서 설 수 있는 힘을 지니기 위해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씀하신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야 할 것을 신앙적으로 말씀하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신앙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님 앞에서 서는 것이고,
설 수 있기 위한 힘을 지니는 것이 중간 목적이며,
이 목적을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할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 방탕과 만취와 근심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방탕은 삶의 목적이 없기에 욕망이 이끄는 대로 막 사는 것,
그러니까 삶이나 행동의 규범도 없고 절제도 없이 사는 것이며
이렇게 방탕하게 사는 것 중의 하나가 만취입니다.
이에 비해 근심은 뭔가에 집착한 결과로 생기는 것으로서
한 마디로 이 세상 것에 관한 근심입니다.
내가 원치 않은 일이 생긴 것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 씀이고
이 근심은 원치 않는 쪽으로 갈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이어지지요.
그런데 이것이 우리 신앙생활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 마음이 물러지게 하는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무른 마음이란 굳은 마음의 반대이고
무엇을 하려고 하다가도 그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마음이라고 한다면
방탕과 만취와 근심은 주님 앞에 나아가 주님 앞에 서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쉽게 그 마음이 흔들리게 하는 거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말씀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힘>이라는 표현입니다.
주님 앞에 서는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말씀인데
주님 앞에 서는데 왜 힘이 필요하고 어떤 힘이 필요할까요?
제 생각에 주님 앞에 서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께 나아가야 하고,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뿌리칠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랑이신 주님 앞에서 서려면 사랑이라는 힘이 필요하고,
주님 앞에 서기 위해서는 주님께 가려는 갈망이 필요한데
방탕이나 만취나 근심은 이 세상에서의 만족과 성취를 바라니
주님께 나아가려는 갈망도 약하게 만들고
주님과 함께 있고픈 열망도 사랑도 약하게 만들겠지요.
그래서 이런 것들 대신 기도를 해야 합니다.
아니 프란치스코의 표현대로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방탕과 만취와 근심>과 <기도와 헌신의 영(정신)>중에서
우리는 기도와 헌신의 영(정신)을 선택해야 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막 살아왔다면 반대로
너무 세상일과 근심에 빠져서 정신없이 살아왔다면
이제 정신을 차리고 기도함으로써 갈망과 사랑의 힘을 키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