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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8:52

작은 이모의 생신

조회 수 157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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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평화와 선


  "이모, 오늘 생신 축하드리구요, 무슨 약속 있으셔요?  없으심 제가 점심 사드릴테니, 이모 집 가까운 곳으로 나오실래요?"


  사실 큰 이모가 파킨스 병으로 칩거하신 이후 몇 년 동안은 내 쪽에서 전화라도 하기 전엔

두 분과 함께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이렇듯 가까운 친척간에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요즘의 대세를...하기사 얼마 전의 내 생일엔 큰 이모가 건강이 좋으셨던라면(노래방에도 함께 가셨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겠지만, 축하의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옛과 지금의 너무나 달라진 대세이려니,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이 나에게 관심 써 주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랄까.

  그렇게 이모와 약속을 해 놓고, 이왕이면 의정부의 세째 외숙부께도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외숙부, 오늘 작은 이모 생신인거 알고 계신가요?" 하고 여쭈니까, "그러니?  깜빡 모르고 있었는 걸. 알려주어 고맙구나!  그럼오전 병원 진료갔다가 나도 범계역으로 가마." 

  그랬다.  평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으시고 잘 챙기시는 편인 외삼촌이 바로 밑 여동생의 생일조차도 그냥 지내치실 뻔 하다가 조카의 전화로 알게 되신 걸, 전화상의 느낌으로도 퍽 고마와 하시면서 숙모와 함께 기꺼이 참석하신단다.  연세가 80이 다 되시어선지 예전과는 퍽으나 사고의 능력이 떨어져가시는 듯한 외삼촌!


  약속 시간에 맞추어 범계역으로 나가니, 딸네미를 앞세워 작은 이모가 먼저 나와 기다고 계셨고 매우 반갑게 맞이 하셨다.  얼마 후 먼 거리인 의정부에서 승용차로 오신 외삼촌 내외와 합세, 바로 옆 예약이 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처럼의 이모 생신 축하 자리에서 오랫만에 뵙는 어른들의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고 화기애애했던지! 


  그런데 건장하시던 외삼촌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왜소해지셨다.  예전에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외삼촌도 세월에 이기는 장사가 없는 것처럼, 그토록 장대해 보이시던 분이 어쩌면 그리 작아지셨을꼬!  더군다나 최근 평생 내가 달고 사는 어지러움증을 외삼촌도 지니게 되시어 자주 힘드시단다.  그 병이라면 운전하시는 것도 매우 위험한데, 여전히 승용차를 운전하신다. 


  그렇게 오랫만에 한 자리를 마련한 에니메이터 역할을 내가 한 것이지만, 정작 점심값은 작은 이모 딸이 내었고, 그래도 잘 사시는 외삼촌이 그에 상응한 이상의 돈을 이모에게 생일 선물로 건네주시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커피집으로 모시려 했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 대신 축하 치즈 케잌을 사드리고는 모두 함께 가까운 이모 집으로 향했다.  

  케잌을 자르며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면서, 차를 나누며 한동안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그렇듯 작은 관심이야말로 한 세상 살아가면서 지닐 수 있는 행복인 걸...평소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하느님께서 지긋이 미소지으시는 그런 바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흐뭇한 작은 이모의 생신 자리였다. 

  또한 어른들이 오래오래 건장하게 지내시어 모처럼의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순식간에 지나갈 이 세상 짧은 삶에서, 얼마나 큰 기쁨이요 감사할 일일런가!  행복이란 무슨 큰 일에서보다 오히려 작은 관심에서 퐁퐁 길러낼 수 있는 샘같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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