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오늘 주님께서는 세상을 떠나시며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하고,
그것도 세상 끝 날까지 그리고 언제나 함께 계시겠답니다.
이는 자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엄마가 자녀를 두고 떠나면서
내가 떠나도 언제나 너와 함께 있겠노라고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것은 함께 있고 싶은 마음과 함께 있겠다는 의지의 표시일 뿐
실제로 함께 있을 수는 없는 것인데 주님의 말씀도 결국 이런 것일까요?
그런 당신만의 사랑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사랑,
그러니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랑의 언표인 것이고,
당신만이 아니라 성부와 성령과 함께 삼위일체로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삼위이고 일치를 이루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도 성부, 성자, 성령께서 총출동하여 사랑하신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요.
그래서 저는 먼저 성부의 사랑을 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문득 하느님께서는 왜 이 세상을 만드시고
또 왜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는지 묵상케 되었습니다.
나는 안 태어날 수도 있었는데 왜 태어났으며,
태어나더라도 어느 별에 태어날 수도 있었는데 왜 이 세상에서 태어났는지,
아무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하느님의 사랑인지 묵상케 되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고
그래서 나는 큰 은총을 받은 것이고 행복한 것입니까?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훌륭한 신앙인이라면 그것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이 세상 삶이 행복하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러나 내가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고 은총이라는 것이 이 축일의 성부의 사랑에 대한 신앙고백인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무릇 모든 창조는 사랑의 결과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혹 인간이 사랑 없이 욕망으로 애를 낳아놓고는 버리는 것을 생각하며
하느님도 그렇게 창조하신 것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랑으로 우리를 낳으신 거라고 우리는 오늘 믿는 겁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성자의 사랑에 대해서 보겠는데
사랑의 하느님은 우리를 낳아 이 세상에 던져놓고는 살든 죽든,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고아처럼 내버려두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우리의 형제가 되게 하시고,
그래서 우리가 성자처럼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시는 분입니다.
이렇게 해서 성부께서는 아버지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성자께서는 형제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겁니다.
이 성자께서 기도를 가르쳐주시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하느님을 부르게 하셨는데 이는 하느님이 당신 아버지만이 아니라
당신과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며 그래서 우리는 당신 형제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성자께서 우리의 형제가 되어주시고,
그래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해주셨지만
우리는 감히 그렇게 아버지를 부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감히 부를 수 없는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힘,
용기를 주신 것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성부께서는 아버지로 하늘에 계시고,
성자께서는 형제로 옆에 계셨다면
성령께서는 조력자로 우리 안에 계시며
예수는 그리스도이심을 알아볼 수 있게 하고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십니다.
주님께서 아버지로부터 보내신 성령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이고 주님의 형제인데도
육의 영에 이끌려 하느님의 자녀이며 주님의 형제가 아니라 죄의 노예로
살았고 그래서 두려움 때문에 감히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지요.
그러나 이제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 덕분에 우리는 사랑으로 충만하고
대신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게 되었으며,
세상을 향하던 사랑이 이제는 하느님의 사랑을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이전부터 세상 끝 날까지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세 가지 법을 깨달은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육의 영이 성령 대신 우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라는 프란치스코의 권고대로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