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따르라는 주님의 초대에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는 것 때문에 부자청년이 추종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베드로 사도는 의기양양하여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사실 베드로 사도는 주님이 부르셨을 때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으니 <보시다시피>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주님을 따르느라 모든 것을 버리면
주님으로부터 무엇을 진짜 받을 수 있습니까?
받기 위해서 버린 거라는 얘기이고
사실 버렸으면 받아야 할 것입니다.
받는 것 아무 것도 없는데 뭣 하러 버립니까?
그런 것이라면 하나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서
영원한 생명을 받을 거라는 말씀은 즉시 이해가 가지만
버린 것을 백배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뭔 뜻인지 쉽게 이해 가지 않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내세 보상 뿐 아니라
현세 보상도 발을 거라는 말씀이고
현세 보상도 버린 것 그대로, 그러니까
아버지를 버렸으면 아버지를, 토지를 버렸으면 토지를 받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지 않지요.
애비를 버렸는데 애비를 다시 얻고 그것도 백배로 받는다면 뭣이 됩니까?
그래서 저는 제 나름으로 이렇게 이해를 합니다.
아비를 버리면 아비보다 백배가 되는 것을 받고,
어미를 버리면 어미보다 백배가 되는 것을 받으며,
토지를 버리면 토지보다 백배가 되는 것을 받는다는 말로요.
이 모든 것들의 백배가 되는 것들이 그렇다면 뭘까요?
프란치스코의 경우 아버지와 이별하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과 받을 것을 다 포기한 다음, 이제부터
하늘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모든 것을 하느님 때문에 버리면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얻게 됩니다.
이 말은 모든 것을 잃어도 하느님만 있으면 완전한 만족이라는 뜻의
나의 모든 것(My all)이기도 하지만
하느님은 진정 모든 것이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전기에 의하면 프란치스코가 하느님 체험을 하고 밤새도록
Deus Meus Omnia!라는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데
이것을 ‘나의 하느님, 나의 전부 또는 모든 것이여!’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나의 하느님, 모든 것이신 분이여!’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을 일컬어 “당신은 선, 모든 선”이라고 하였는데
하느님은 진정 모든 좋은 것들을 다 합친 선이시고
그래서 하느님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는 신비를 깨닫는 오늘이 되고,
깨달은 바를 살기 시작하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고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