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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행위인가?
우리의 소원을 아뢰고
우리의 심정을 하소연하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니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위는 행위로되 관계적 행위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관계적 행위라 함은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명상을 하고
혼자 노래를 하고
혼자 성당 안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기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제 대전 수련소 경당에서 묵상을 할 때
밖의 새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계속 울고 있었는데 저는 듣지 못하고 있었고
그때까지 새는 창밖의 새로서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로서
창밖에 있었고 노래하고 있었고
저는 저로서
성당 안에 있었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문득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이러한 것은 아닐까,
밖의 저 새가 하느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몸은 성당 안에 있으되
하느님은 성당 밖에 관계없이 계시는 창밖의 하느님이 아닐까?

그러나 기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관계이고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관계적 표현이요 행위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어떻게 기도해야 되는 가르치시며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제시하십니다.
아버지는 나의 과거의 과거부터 계시며
나의 존재를 있게 하시고 오늘까지 있게 하신
과거적 현재의 하느님 아버지시고,
오늘도 매일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현재적 하느님 아버지시며,
우리가 형제를 용서로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미래를 살게 한다면
우리 또한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미래를 살게 하시고
다가올 모든 유혹과 악에서부터 우리를 구해 주실
미래적 현재의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늘 지금의 나의 아버지이고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는 늘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매일 새로운 만나를 주시되
하루치만 주십니다.
매일 오늘의 양식을 주시기에
내일 것을 미리 쌓아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빵으로 치면 매일 새로운 빵을 주시는 것이고
새로운 빵을 매일 주실 것이기에
과거의 빵도 미래의 빵도 필요 없습니다.
옛날에도 오늘의 일용할 빵,
오늘도 오늘의 일용할 빵,
다가올 날에도 오늘의 일용할 빵을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나의 아버지이기도 하시지만
우리의 아버지이시기에
일용할 양식은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고
나눠야지만 썩지 않을 우리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나눔을 할 때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고
이렇게 나누는 것이 아버지 뜻이기에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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