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있어서 안토니오는 프란치스코와 비교할 때 훨씬 친근하고,
아마 교회역사를 통틀어서도 대중에게 제일 친밀한 성인일 겁니다.
저에게 프란치스코는 아버지, 사부시기에 친밀하기보다는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이 들 정도로 어렵고 그런 의미에서 거리가 있지만
안토니오 성인은 형님같이 친밀합니다. 그러나 물론 존경하는 형님이지요.
그것은 제게 뿐이 아니어서 사람들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안토니오 성인을
떠올리고 안토니오 성인의 도움과 중재를 청하였으며 그래서 교회는
안토니오를 어려울 때의 중재자 또는 전구자라 공식적으로 칭하였고
오늘의 본기도에서도 “곤경 속에서의 전구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안토니오에 대한 사랑과 신심이 우리나라와 달리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참으로 놀랐는데 말로 들은 것을 실제로 본 거지요.
그리고 안토니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청한 것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미신자나 광신자들의 얘기 같은 것들이 안토니오 회보지에 가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런 것을 놀라워하면서도 미심쩍게 보던 제가 지금은
안토니오의 그 전구자 신심에 친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제가 누구를 사랑한다면 야고보서의 말씀처럼 행동주의자로서
제가 그리고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지요.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라고 야고보서는 얘기하지요.
그런데 제가 이 야고보서의 말씀대로 말로만의 사랑을 경계하여
행동으로의 실천을 중시한 것은 잘못이 없고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어느 정도 무신론적인 사랑도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그를 사랑하시고 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사랑하고 구해주는 것 말입니다.
제가 대놓고 구원자 주님 대신 구원자 김찬선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제가 구원자 주님을 대신하는 구원자 의식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제가 조금은 더 신앙적이게 되면서 구원자는 주님이시고,
아무리 내가 그를 사랑한다 해도 나의 사랑에 그를 가둘 것이 아니라
주님의 더 큰 사랑에 그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던 겁니다.
이는 마치 갓난이 동생을 젖도 없는 내가 사랑하고 먹을 것을 준다며
엄마에게 데려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그것을 반성한 것이지요.
결국 무신론적인 휴머니스트의 짓을 오랫동안 했던 것입니다.
그랬던 제가 차츰 주님의 사랑에 그들의 구원을 맡기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그들을 위한 일종의 ‘기도나무’를 만들고
그 기도나무에 물을 주며 그 기도나무에 달린 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수시로 화살기도도 바치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안토니오 성인처럼 제가 ‘곤경 속의 전구자’가 된 거지요.
이것은 잘못이 아니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계속 그러할 생각이지만
요즘 제가 반성케 되는 것은 반대로 ‘주님께 맡깁니다.’라고 하면서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사랑실천을 미루는 점입니다.
기도와 실천.
우리 신앙인은 이 두 가지를 다 해야지,
둘 중의 하나만 하면 진실한 신앙인이 다 못 되는 것입니다.
안토니오 성인이 어떻게 기도사랑과 실천사랑을 둘 다 충실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대로 ‘기도와 헌신의 영’을
그가 끄지 않고 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로 향하는 기도의 영과 이웃에게로 향하는 헌신의 영이
기도와 실천 모두 다 충실케 함을 묵상하는 오늘 안토니오 축일입니다.
(믿게 하는 진실, 타오르게 하는 열정)
http://www.ofmkorea.org/125990
15년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뒤틀린 인생)
http://www.ofmkorea.org/78880
09년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수동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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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하는 의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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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용 의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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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움일지라도 경쟁치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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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날 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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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사랑의 자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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