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는 한 현상에 대해서 저는 판단이 안 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명에 대한 저의 태도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을 못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가면 산 낙지는 먹으면서
살아있는 낙지를 제가 보는 앞에서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으면
제가 뜨거운 물에 삶기는 것 같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먹을 때는 절대 시키지 않고
같이 먹을 때라도 쳐다보지 않지만
다 요리가 되면 또 잘 먹습니다.
그러니 제가 생명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한낱 겁쟁이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공동체가 원하면 먹기 위해 동물을 제가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순종으로 명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도저히 죽일 수 없습니다.
전보다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겁쟁이가 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죽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습니다.
실제 죽게 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갈수록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끔직한 죽음, 폭력적인 죽음은 갈수록 두렵습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라우렌시오는 경이입니다.
라우렌시오 성인의 생애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의 약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초대교회의 전통에 따라
신자들이 교회에 바친 공동재산을 관리하던
교황 성 식스투스 2세의 부제였고,
258년 식스투스 교황이 사형을 받게 되어 슬퍼할 때
교황이 그 역시 3일 안으로 자신을 따라 오리라고 예언하자,
라우렌시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교회 재산을 나라에 바치라는 로마 집정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소유물들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에 분개한 집정관은 그를 체포하여 온갖 고문으로 괴롭히다가
석쇠 위에 눕히고는 구워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죽음과 표양이 로마의 회개와
로마에서 이교 종말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막상 그리 죽게 되면 그걸 견디고 이겨낼 힘을 주님이 주시겠지만
제가 감탄하는 것은 그 전에 그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석쇠 위에서 구워져 죽는 것을
보통의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니 이 또한 주님께서 함께 하신 표시입니다.
유다의 세 청년,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가 불가마에 던져졌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아무런 화상도 입지 않은 것처럼
라우렌시오가 비록 육신적으로는 타 죽었지만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은 것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표시입니다.

사람은 극한 상황이 되면 자기가 살기 위해 독기가 발동하여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심지어 태연히 살인을 하기까지 하고,
상대에게 할 수 없으면 자신의 손을 칼로 찌른다던지
유리를 입으로 깨물어 먹는다던지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살기 위해 이런 독기를 발휘하는 정도까지는
인간적 힘만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 그것도 끔직한 죽음을 태연히 받아들일 수 있음은
하느님과의 사랑 관계에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살기 위한 독기는 자기는 살아도 열매가 없지만
자기가 죽는 신적 사랑은 자기가 죽지만
오늘 복음 말씀처럼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자기가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이 사랑은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로는 이해는 가지만
그리 살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소화 2009.08.10 20:02:38
    신부님~아침마다 신선한 영의 양식..감사의 인사도 못드렸네요.
    한없는 은혜의 시간되시기를 기도드릴께요.
    신부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8.10 20:02:38
    삶에서 복음으로,
    복음에서 삶으로,
    은혜의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8.10 20:02:38
    "자기가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이 사랑..."
    깊이 묵상 합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면
    불 가능이 없다는 것을 명심 합니다.
  • ?
    홈페이지 마니또 2009.08.10 20:02:38
    신부님~피정 잘 다녀오셔요.. 몸도.. 마음도.. 영혼도.. 날마다 새롭게 더 새롭게... 은총으로 덧입혀 주시기를 기도드릴께요..♡
  • ?
    홈페이지 진주 2009.08.10 20:02:38
    은총의 피정이 되시길 멀리서나마 기도드립니다.
  • ?
    홈페이지 당쇠 2009.08.10 20:02:38
    28일까지는 말씀 나누기에 글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 가서 연피정 등을 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 몸 건강, 정신 건강, 영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1Aug

    성녀 글라라 기념

    제겐 익산 글라라 수녀원에 살고 있는 사촌 누님이 한 분 계십니다. 덕분에 첫 미사를 다니면서 글라라 수녀원 마다 수녀님들이 저를 효주 아녜스 자매의 동생으로 기억하고 계셨죠. 제 동기들은 글라라 수녀원을 자주 찾지만 누나가 있어서인지 오히려 전 발...
    Date2009.08.11 By이대건 Reply2 Views2024
    Read More
  2. No Image 10Aug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 나를 죽이기?

    평화를 빕니다. 어제 중고등부 신앙학교를 마치고 왔습니다. 이번에 신앙학교를 하고 나서 선생님들 가운데 한 분이 “오히려 아이들 보다 내가 더 즐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제게 든 생각이 ‘이거구나’였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즐기는...
    Date2009.08.10 By이대건 Reply2 Views1095
    Read More
  3. No Image 10Aug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독기가 아닌 사랑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는 한 현상에 대해서 저는 판단이 안 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명에 대한 저의 태도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을 못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
    Date2009.08.10 By당쇠 Reply6 Views1415
    Read More
  4. No Image 09Aug

    연중제19주일 (요한6,41-51) 빵은 생명이다. 지난주에도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도 빵에 대한 말씀을 하시네요. 그 만큼 빵이 중요하겠지요. 생명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빵은 생명이다. 오늘의 빵에 대한 말씀은 영적인 것, 마음, 정신적인 ...
    Date2009.08.09 By머슴살이 Reply0 Views973
    Read More
  5. No Image 09Aug

    복된 가난이여!

    오늘 복음인 ‘생명의 빵’에 대해서 유다인들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어리석은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이 말씀에 대해서 얼마나 깨닫고 있으며 삶 가운데서 실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께서 직접 빵...
    Date2009.08.09 By김알로이시오 Reply1 Views946
    Read More
  6. No Image 09Aug

    연중 제 19 주일-사랑만이 할 수 있는 것.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작년 처음으로 인터넷에 강론을 올릴 때 다들 다른 이름을 쓰고 ...
    Date2009.08.09 By당쇠 Reply3 Views1151
    Read More
  7. No Image 08Aug

    연중 18주 토요일-그의 때가 하느님의 때,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예수님도 조급증이 있으셨나? 20여 년 전 저는 양성소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
    Date2009.08.08 By당쇠 Reply2 Views109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74 1175 1176 1177 1178 1179 1180 1181 1182 1183 ... 1321 Next ›
/ 132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