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날 낮. 북한산 비봉 아래에 위치한 상선사를 향하여 걸었죠. 지난 봄, 한창 벚꽃이 만개할 무렵에 갔던 곳이고 아기자기한 비구니 사찰. 수도원에서부터 꼭 7천보였으니 그리 멀지는 않은 곳. 마침 점심 공양시간이 되었지만, 불자들이 북적이는 큰 절과는 대조적이라 점심 공양을 하기엔 좀 그랬고, 간식거리로 싸가지고 간 도우넛을 먹을 요량으로 양지바른 곳을 찾아 앉았지요. 그런데 도우넛을 몇 입 먹고 있을 즈음, 절에서 지내는 커다란 백구 한 녀석이 어케 냄새를 맡았는지 바짝 다가와 턱을 치바치고 있는 게 아닙니까?
"너, 이거 먹고싶니?" 아무렴! 달라는 그 표정에 어찌 무심할 수 있을꼬. 좀 나누어 주었더니, 냉큼 먹고 입을 다시는 게 아닙니까. 그 무렵 어쩔꺼나, 귀엽게 생긴 밤색 털의 강아지 2마리가 나타나, 역시 자기들도 먹고프다는 태도.
"너네들도 달라고? 아휴, 우야노? 양이 얼만 안되는 도우넛인디‥"
외면할 수 없어 떼어주니, 한 녀석은 잘 먹고, 다행히 다른 녀석은 냄새만 맡고는 외면.
평창동의 대궐같은 집들을 지나다보면, 커단 개들이 위협스럽게 짖어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만난 사찰의 개들은 스님들을 닮아선지 얼마나 온순한지•••오는 이 가는 이 경계없이 대하는 태도를 보면,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여지가 많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