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여러분, 아무에게도 속지 마십시오.”
이 말씀은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로 들립니다.
왜냐면 보통 믿기에 속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속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믿지 않지만 속기도 합니다.
속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얘기하면 속아주는 것입니다.
아기가 뻔한 거짓말을 할 때 아기를 사랑하는 엄마가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속아준다는 것은 속아서 주는 것이고,
그러기에 어찌 보면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하기에 속고 손해를 보면서도 주는 겁니다.
제가 북한 일을 할 때 많이 속아줬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온성에는 못자리를 위한 온실 자재를,
나진-선봉 지역에는 농지 개간을 위한 트랙터를 보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원하면 언제고 돌려줄 것을 계약서에 썼지만 거저 줄
생각도 있었기에 그들이 속일지라도 떼어먹힐 각오로 보내줬지요.
그런데 그것은 그들이 그것들을 무기가 아니라 농사짓는 데 쓸 것이기에,
그래서 우리가 사랑의 이유로 줘도 되는 거였기에 속아줘도 되는 거지만
만일 그런 것이 아니라면 속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뭘까요?
제 생각에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너와 나 모두에게 그저 해가 되는 거고,
해가 되더라도 어쩌다 작은 손해 정도는 괜찮겠지만
내가 쓰러질 정도로 타격이 큰 해는 입지 말아야 할 겁니다.
권투로 치면 펀치를 전혀 맞지 않고 권투를 할 수 없으니
작은 펀치는 맞더라도 내가 쓰러질 정도로 타격이 큰 펀치는 맞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렇다면 타격이 큰 해란 어떤 걸까요?
속아서 투자한 회사가 망해 재산을 다 날리게 되는 그런 걸까요?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돈도 잃고
사람에 대한 불신도 생기는 그런 걸까요?
실제로 우리 인간은 이런 경험들이 적어도 한두 번은 있어서
사람에 대한 불신이 대체로 있고 저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속아주기는 해도 정말로 속을 정도로 믿지는 않는 편입니다.
또 자주 얘기하는 바처럼 사람을 하느님처럼 믿지 않고,
불완전한 인간으로서만 믿기에 그런 한에서 웬만하면 다 믿고
그래서 여간해서는 배신당했다는 생각도 하도 않습니다.
우리가 개를 믿지 않지만 개를 믿는다면 개만큼만 믿지
그 이상으로 믿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사람으로만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지 말아야 하고 속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좀 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그런 것과 그런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속지 않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오늘 서간과
프란치스코가 얘기하는 대로 악마에게 속지 않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회개중에 있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지 않으며...
악습과 죄를 일삼고 나쁜 욕정과 자기 육신의 나쁜 욕망들을 쫓아다니며,
현세 삶에 대한 근심에 빠져 세상을 육신적으로 섬기는 남녀 모든 사람,
이들은 악마에 속아 악마의 자식들이 되고 악마의 짓을 그대로 합니다."
그래서 오늘 요한의 편지는 아무에게도 속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누구에게나 속을지라도 악마에게는 속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그 악마란 요즘 목사라고도 할 수 없는 전ㅇㅇ 같은 자이고,
하느님께 향해야 할 사랑과 관심을 자기와 세상에 돌리게 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저도 그런 자이기에 그런 저를 반성하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행동 대 행동)
http://www.ofmkorea.org/182690
18년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바라봄, 눈여겨봄, 알아봄)
http://www.ofmkorea.org/116035
17년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초월영성과 육화영성을 조화롭게 사는 하느님의 자녀)
http://www.ofmkorea.org/97331
14년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오신 주님을 가서 뵙자!)
http://www.ofmkorea.org/59149
12년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정신 좀 차려라!)
http://www.ofmkorea.org/5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