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믿음
1.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다는” (로마5,5)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누군가를 사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
사람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저울과 자와 칼이라는 무기를 손에 들고 관계를 단절시킨다.
바쳐서 얻겠다는 자만을 거룩함으로 착각하고
많이 바치기 위해 경쟁하는 사이에
하느님은 자리를 뜨고 안 계신다.
선하신 주님과 하나 되는 길과 개인의 완전함은 전혀 다른 길이다.
바쳐서 받겠다는 완고함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결과는 하느님이 아닌 나밖에 남지 않는다.
개인의 완전함은 왜곡된 지식과 자기 확신에서 나온다.
희생을 많이 바치면 하느님께 도달하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는 이름으로 바치는
많은 양의 기도와 극기와 예절과 태도를 강조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스스로 선하다는 인식 속에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별 짓고
자신의 우월함과 거룩함을 돋보이게 하려고 이를 끝없이 반복한다.
출구가 없는 감옥에 갇혀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산다.
이들은 관계 안에서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모르기 때문에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2.
우리의 믿음은
받기 위해 바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선물을 발견하는 것이며
발견한 선물에 응답하는 것이다.
우리의 응답은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하나 되어
관계 안에서 선을 행하는 것이며
통제의 대상이던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겸손하게 섬기는 것이다.
찾고 있던 것들을 이미 받았음을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은
채워서 얻으려는 마음과 바쳐서 얻으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가난하고 정직한 마음에서 온다.
주님의 영과 하나 되는 길은
이미 주어진 선물과 지금 주시는 선물을 깨닫고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받은 선물에 대한 극진한 감사와 고마움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기 위해
기쁨에 찬 가난 속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관계를 성화시킨다.
이때부터 모든 관계는 통제가 아닌 사랑의 대상이 된다.
참된 믿음은 개인적 완전함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무질서와 불완전함 속에서도 하느님의 함께 계심은
우리를 희망으로 초대하신다.
이 희망은 그분과 하나 되어
관계 속에서 그분의 일을 행하는 데서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