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김알로이 2009.09.13 09:55

연중24주일

조회 수 1001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계신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묻는 이 질문 앞에 나는 잠시 10여 년 전 성소자 시절이 떠오른다.

집에서 약간 떨어진 이웃 본당에 우연히 미사참례 할 기회가 생겼다.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시작성가를 부를 무렵 성당 뒤에서 신부님과 어린이 복사들이 입당하기 시작하는데, 저 신부님 복장이 왜 저런가?
제의 안에 입으신 것은 수도복 같은데, 양말도 신지 않고 샌달을 질질 끌고 나오는게 아닌가? 속으로 “신부님이 뭐 저래?”라는 말이 자연스레 마음 안에서 울려왔지만,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그 수사 신부님의 우렁찬 성가소리와 하느님의 영에 취한 듯한 강론은 성소를 찾아 헤메이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리라.

과연 저 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수도복을 입으면서 샌달을 신었어?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가는 분들일까?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당시 나는 하느님이 과연 누구일까? 죽음은 과연 무엇인가? 등등 삶과 죽음에 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그 때 단지 눈에 보였던 것이 어느 수사신부님의 외적으로 드러난 복장이었지만, 이를 통해 전해졌던 풀꽃 향기와 같은 은은한 기운은 나의 혼란한 내면을 깨끗히 씻어내기에 충분했으리라.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 씻고 수도복을 입을 즈음에는 무한한 기운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며 서운했던 기억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마음들, 여러 가지 어지러운 생각들... 수도복을 입고 십자가 모양의 caput을 머리에 얹고 띠를 메고 있노라면, 그 순간 모든 생각들이 숨을 죽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가운데 있음을 느낀다.
이 순간 나의 정체성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누더기만 걸친 채 동냥하러 다니셨던 성 프란시스!
등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허리에는 가난, 정결, 순명의 보화를 묶고
복음 말씀을 항상 간직했던 성 프란시스!

복음 말씀 안에 있으면, 자연스레 내가 없어지듯
그 순간 예수님은 우리 안에 완전한 기운으로 들어오신다.

비록 수도복을 통해서지만, 많은 이들의 체험 한 가운데에도 나의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 있었던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이러한 정체성에 관한 물음과 더불어 십자가를 지고 가야만 하는 아버지의 뜻이 강하게 선포된다.

“사람의 아들이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배척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삶의 무게를 짓누르는 십자가 앞에서 진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그리스도인의 참 의미가 내 마음 깊숙이 자리할 것이다.

이것을 나의 십자가로 여기고 내려놓지 못하면,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계속 외쳐 불러도 그분의 음성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9.13 22:35:41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계십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십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4Sep

    성 십자가 현양 축일-사랑과 고통의 변증법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며 문득 30년 더 된, 그래서 까맣게 잊고 있던 군대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하사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원해서 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신체 건강하고 대학 나왔다고 하사로 뽑힌 것입니다. 그런데 하사가 된다는 것은 큰 고통을 ...
    Date2009.09.14 By당쇠 Reply5 Views1213
    Read More
  2. No Image 13Sep

    연중24주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계신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묻는 이 질문 앞에 나는 잠시 10여 년 전 성소자 시절이 떠오른다. 집에서 약간 떨어진 이웃 본당에 우연히 미사참례 할 기회가 생겼다. 어머...
    Date2009.09.13 By김알로이 Reply1 Views1001
    Read More
  3. No Image 13Sep

    연중 24주일(나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늘 제게 도전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도전 앞에서 고민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 또한 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스...
    Date2009.09.13 By이대건 Reply0 Views920
    Read More
  4. No Image 13Sep

    연중제24주일 - 제 십자가를 지고...

    오늘 선포된 복음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부분은 예수님께 대한 베드로 사도의 메시아 고백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신원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물으신 후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시고, 베드로...
    Date2009.09.13 By서바오로 Reply0 Views1049
    Read More
  5. No Image 13Sep

    연중 제 24 주일-고민하는 사탄

    올 연 피정을 마치면서 몇 가지 실천을 다짐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매일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여쭙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미사 후 오늘은 무엇이 하느님의 뜻일까 찾는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도 같은 어려움을 느...
    Date2009.09.13 By당쇠 Reply2 Views945
    Read More
  6. No Image 12Sep

    연중 23주 토요일-마음 애지중지.

    눈을 깨니 비가 옵니다. 비가 소리로 옵니다. 이파리를 두드리는 소리, 수도원 마당을 두드리는 소리, 이 소리가 마치 제 마음을 두드리는 듯합니다. 이 소리가 제 속마음을 일깨우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
    Date2009.09.12 By당쇠 Reply4 Views1053
    Read More
  7. No Image 11Sep

    연중 23주 금요일-거울을 보라!

    눈 먼 이가 눈 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하시는데, 어찌 보면 인도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영적 동반을 받으러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길을 찾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흐뭇했던 적이 많습니다. 눈 먼 ...
    Date2009.09.11 By당쇠 Reply2 Views111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21 1222 1223 1224 1225 1226 1227 1228 1229 1230 ... 1374 Next ›
/ 137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