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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 누리에...

바스크 형제님들의 고향 수도원이 바로
스페인의 북서쪽에 위치한 아란자쯔란 곳에 있지요.
루루드와 멀지않은 우람한 산맥에 자리하고 있어
우리나라 산들이 아기자기하다면 그곳 산들은
그야말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육산이라고 할까요.

아란자쯔 수도원에서 한 시간 가량 윗쪽으로 등산을 하다보면
그리 가파른 등산로는 아니지만,
'깊은 산 속 샘물'이라는 데서 붙여진 <우르비야>라는 분지가 있어
양들이 풀을 뜯고있는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같은
의외로운 정경이 펼쳐지는 데,
그곳 등산로에서 만난 것이 바로 커다랗고 노오란 달팽이랍니다.
그 특이한 색갈이며 커다란 덩치가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그런 달팽이라, 제 카메라 앵글에 한 컷 담은 우아한 모습이
제 엘범에 끼어 있어 늘 볼 때마다 친근감이 가지지요.

달팽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느림>이라해야 할까요.
등산을 하다보면, 특히 이슬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깊섶에 기어 다니는 작은 달팽이들을 흔히 목격할 수가 있어
흐물거리는 모습이 때로는 징그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랍니다.
또 거북이보다 더 느려 맘 만 먹으면 쉽게 손에 잡히는
미물이기도 해 저렇게 느려터져서 뭔가에 잡아 먹히면 어쩌나 하는
안스러운 기우도 일게 하지만...
느림보 거북이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겼다는 우화에서처럼...

너나없이 빠름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
그 만큼 여유가 있고 행복해야 하는 상식과는 달리,
오히려 점점 올인과는 멀어져가는 인생이고 보면
달팽이같은 느림의 미학을 한번쯤은 짚어보아도 좋을성 싶네요.

하기사 인생은 속전속결의 속도전이 아니라
한순간을 살아도 질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만은...
달팽이의 느리디 느린 행보만큼이나
그 질이 깊고 높은만큼 행복의 칫수도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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