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일 연중 제18주일
오늘은 연중 제18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병자들을 고쳐주고 굶주린 오천 명의 군중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이시며 참된 나눔의 기적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병들고 굶주린 가난한 이들에게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나누어야 하는지를 당신의 삶을 통해서 몸소 보여 주십니다.
특히 오늘 복음은 주님의 3가지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며 침묵과 고요안에서 기도를 드리시는 모습입니다. 삶에 힘들고 지친 병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 먼저 하느님 앞에 홀로 고요히 대면하며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영적인 힘을 받아야 함을 보여 주십니다. 하느님의 영적인 힘이 뒷받침하지 않는 인간적인 도움은 한계가 있게 마련합니다. 그래서 모든 위로와 힘의 원천이신 그분과 함께 머무르는 장소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이러한 고요와 침묵안에서 기도하는 결과로 우리 마음안에 제일 먼저 자리잡는 것은 측은지심의 마음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비로운 마음입니다. 병고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처럼 아파하며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려고 하는 마음입니다. 주님께서는 고쳐달라고 당신을 찾아 온 아픈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고쳐 주시고, 군중이 너무 많아서 먹을 것을 주는 것이 귀찮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되돌려 보내려는 제자들의 마음과는 달리 주님께서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다 배불리 먹이려 하는 측은지심을 보여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주님께서는 하찮고 작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감사의 마음을 지니십니다. 오천 명의 군중을 먹이기에 턱없이 부족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하늘을 우러러 찬미의 기도를 올리십니다. 바로 이러한 주님의 모습은 군중들을 감동시켜 각자 여행길에 지니고 왔던 변변치 않는 보잘것 없는 먹거리들을 하나 둘씩 십시일반 내놓게 만드는 나눔의 기적을 낳게 합니다. 그들이 지닌 빵 한 조각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는 데 고귀하고 소중한 것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십니다.
주님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 고요와 침묵안에서 기도드리는 것이 자신의 안위와 자기만족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궁극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자기 일처럼 도우는 측은지심이 우리 마음 안에 생겨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고요와 침묵안에서 기도드리는 열매의 결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측은지심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기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하찮고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능력과 재능을 낮추 보이지 않으시고 고귀하고 소중한 것으로 보아 주십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주님 것이며 그분께로 받은 선물이며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참된 나눔의 기적이 있다는 것을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고 도미니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