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오늘 베드로는 예수님께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몇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는지 묻고는 자기 딴에는 여러 번이라고 생각되는 일곱 번이면
되는지 다시 묻자 이에 주님께서는 무한히 용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답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묻게 되는데, 왜 우리는 용서의 횟수를 생각하게 될까요?
제 생각에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해주기 싫은 용서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하기 힘든 용서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용서는 해주기 싫은 것입니다.
나에게 모욕과 상처를 준 인간, 나를 불행하게 만든 인간,
곧 원수인 자를 용서해주기 싫은데 하느님이 용서하라고 하시니
그 인간을 용서해줘야 하느냐, 몇 번 용서해줘야 하느냐 묻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용서해주기 싫은 일본을 생각하면 됩니다.
천벌을 받기를 바라고, 하늘로부터 천벌이 내리지 않으면
내가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용서하라고 하니 용서하기 싫지요.
용서란 이런 것이기에 누가 마지못해 하더라도
용서하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할 수 있는데,
그런데 마음먹었을지라도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마음으로부터 용서'는 하기 힘든 것이지요.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바가 있지요.
힘들게, 힘들게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간의 얼굴을 보니 다시 분노가 치솟는 경우 말입니다.
그것은 의지의 용서를 한 것이지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의 용서는 아직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사랑으로 차올라야 하는데 아직 싫은 것이
사랑보다 더 강하기에 용서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입니다.
달리 얘기하면 지금 나는 좋아해야 사랑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싫어하는데도 사랑하고 용서까지 하는 것이 아직은 힘에 부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힘에 부치는 거라고 얘기했지만
내 인간적인 사랑의 힘만으로 원수까지 용서할 수 있을 때가 오겠습니까?
제 생각에 하느님 사랑에 힘입지 않고는 아직이 아니라 영원히
원수를 사랑할 수 없고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우리 신앙인입니다.
오늘 주님 비유에 적용을 한다면 나는 동료 이웃에게 빚진 사람이 아니라
주인님이신 하느님께 빚을 진 사람이기에 이웃에게 빚진 것보다
더 큰 빚을 지은 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탕감받은 죄인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내가 상처받은 이웃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를 받은 하느님께로 돌려야 하고,
전에는 몰랐던 그 사랑과 용서가 얼마나 큰지 이제는 알아드려야 하며,
이제부터는 하느님의 사랑을 절대로 흘려버리지 않고 힘입을 것입니다.
그렇게 이웃에게 받은 상처에 꽂히지 않고 하느님 사랑에 눈을 돌림으로써
상처 덕분에 사랑에 눈뜨게 되었음에 원수까지 고마워하게 돼야 할 겁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이렇게까지 얘기하며 초월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우리에게 부당하게 번민과 괴로움, 부끄러움과 모욕, 고통과 학대,
순교와 죽음을 당하게 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우리의 벗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그것들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극진히 사랑해야 합니다."(미 인준 회칙 22장)
그러므로 진짜 원수는 나에게 모욕과 상처를 주는 원수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실 하느님께 우리 시선이 향하는 것을 막는
달콤한 원수임을 묵상하게 되는 오늘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용서, 행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http://www.ofmkorea.org/137179
17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아무렇게나 사랑하는 것을 경계함.)
http://www.ofmkorea.org/109701
15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용서에 횟수를 따지지 마라!)
http://www.ofmkorea.org/81249
12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네 덕, 내 탓.)
http://www.ofmkorea.org/33438
11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용서의 횟수는 잊어버려라!)
http://www.ofmkorea.org/5247
10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용서 Impotence)
http://www.ofmkorea.org/4294
08년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용서, 상처의 고통에서 상처의 사랑으로)
http://www.ofmkorea.org/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