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에 뜬 보름달
(용서를 청한 엄마의 편지에 대한 자녀들의 답장)
섣달그믐 날
멀리서 직장 생활을 하는 둘째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명절이라고 해서 한 번도 엄마에게 부탁한 일이 없던 딸이었다.
엄마!
깻잎 전이랑
동그랑 땡이랑
쇠고기 전 해줘
군에 간 막내아들이 집에 왔다.
좀처럼 말을 않던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너는 뭘 먹고 싶냐?
난 연어가 먹고 싶어, 엄마!
시집간 큰딸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설 지나고 우리 집에 꼭 한번 와 주세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문자였다.
편하게 말할 딸이 아니었던 딸의 부탁이었다.
거리낌 없이 순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해 달라고 하는 자녀들의 부탁에
싱글벙글하는 엄마
먹구름만 드리웠던 서로의 관계에
기쁨과 자유와 평화의 꽃이 피었다.
올해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맞이하는 특별한 설이다.
장바구니에 담긴 건 사랑과 기쁨의 재료,
기쁨으로 가득 찬 엄마의 손길이 분주하다.
자신의 통제와 조종을 멈추고
하느님의 통제를 받아들인 결과
허용하고 자유를 주는 거기에서 닫힌 문이 열렸다.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던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은 엄마였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저질렀던
엄마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 방식을 용서해달라고 쓴 편지의 답장이었다.
답장을 받아든 엄마의 얼굴에 뜬 보름달,
섣달그믐인데도 질 줄 모르는 빛으로 떠 있다.
밤에도
낮에도
하늘 중천에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