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사도는 오늘 약점을 자랑하고 약함도 달갑게 여기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약함을 싫어하고 더 나아가 부끄러워 약점을 감추려고
하는데 왜 약점을 자랑하고 왜 약함을 달갑게 여기려고 합니까?
그런데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을 놓고 볼 때
강해지려는 이유가 두 가지인 것처럼 여겨질 여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내게 머무르도록 약점을 자랑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약할 때 오히려 강하기 때문에 자랑하겠는 것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강해지기 때문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힘을 추구하고 힘을 숭배하는 것과 결국 마찬가지가 아니냐,
힘 숭배자들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이지 않느냐는 오해의 소지지요.
실로 세속적인 힘 숭배는 권력 욕구와 추구만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분야에서 권력을 쥘 수 있는 사람 뿐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힘이 없는 사람들 중에, 특히 남자들 중에는
소위 '몸짱'이라고 불리며 몸의 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다른 힘이 없다면 육체적인 힘이라도 있어야겠다는 거겠지요.
그런데 힘이 있는 것과 건강한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힘은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참으로 많습니다.
힘은 있지만 마음이나 정신이나 영혼이 건강하지 않은,
곧 병들어 있는 사람이 많고 이내 육신 건강마저 잃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니 건강하지 않고 힘이 많은 것 다시 말해서 건강하지 않은 힘은
우리가 추구하지 말아야 하고 숭배하지는 더더욱 말아야 하며
그러기에 약할 때 오히려 강하기 때문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도
이런 힘 숭배와는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얘기하고 자신도 지니려고 하는 힘은
근본적으로 자기의 힘 또는 인간의 힘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의 힘을 빼야지 들어오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우리는 종종 농담반진담반으로 어깨의 힘을 빼라고 하는데
이는 세속적으로도 자기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잘못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고 제 경험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탁구마저 안 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약할 때 오히려 강하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인간적인 자기 힘이 약할 때 오히려 하느님의 힘이 강해진다는 말이며,
이런 뜻이라면 앞의 하느님의 힘이 내 안에 머루르도록 자신의 약점을
자랑하겠다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힘이 우리 안에 머무르게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언제나 우리가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겠지만, 특히 나이 먹어 병들고 힘이 없어져 갈 때 더더욱
우리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병들고 힘이 없어지는 것을 보며
초조하고 분노하거나 의기소침하더라도 신앙을 가진 우리는
나의 약함을 오히려 자랑 삼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저의 얘기이기도 하고, 이글을 읽는 많은 분의 얘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나는 하느님의 싸인을 제대로 읽고 있을까?)
http://www.ofmkorea.org/231288
18년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나쁜 필요와 조급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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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이중의 사랑과 이중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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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하느님을 믿는 사람의 기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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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잘 산다 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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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진정 주시는가? 좋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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