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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요즘 기쁘게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이라는 꽃입니다.
이것이 꽃을 피운 것입니다.
꽃 하나 피운 것이 뭐 그리 기쁨이 될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에게는 이것이 일생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꽃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축일이나 어버이날 꽃이 핀 화분을 받아도
그 꽃이 지고나면 다시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잎은 무성해도 꽃은 피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꽃을 키우는 식이었습니다.
저의 사랑은 이 정도,
즉 죽이지 않고 잎만 무성하게 하는 정도인가보다 하고
매번 저 자신의 사랑에 대해 실망을 했었지요,

이렇게 실망을 했던 이유는 사랑의 기에 대한 믿음 때문이지요.
꽃도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을 느낀다는 실험결과를 저는 믿습니다.
실제로 어느 수녀님이 같은 꽃을 두 개 키우면서
하나는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키웠고
다른 하나는 그저 물만 주면서 키웠는데 차이가 있었답니다.
일부러 그렇게 키웠기에 처음서부터 다 컸을 때까지
수녀님은 그 성장의 차이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줬답니다.
저는 그 실험결과를 믿습니다.
그러니 저는 사랑으로 키운다고 하지만
저에게서 사랑의 기 또는 生氣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움의 기 또는 殺氣가 나가는 것이 아닌지,
적어도 無生氣가 나가는 것이 아닌지 자못 심각하게 생각해왔지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얘기지요.
생기가 아니라 살기가 나가는 사람,
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죽이는 사람,
이것이 저라면 심각하게 반성을 해야 마땅하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사람들이 예수님과 접촉하기를 원합니다.
회당장은 자기의 죽은 딸에게 손을 얹어주기를 주님께 청했고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은 여인은 몰래 옷자락만 만졌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모르고 계셨고 그래서 의지적으로
사랑과 치유의 기를 불어넣어주지 않으셨어도
사랑의 기, 생기가 나가 여인의 오랜 병을 고치십니다.

어제 일이 생각납니다.
월례회를 하는데 어제는 유난히 여러분이 안수를 청하셨습니다.
저는 언제나처럼 의지적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안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는 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반성한 적이 많습니다.
단 번에 기도의 응답이 있었던 엘리아와 달리
칼로 몸에 상처를 내고 오랫동안 기도를 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던,
엘리아와 대결을 했던 거짓 예언자처럼
제가 존재는 그러지 못하면서 의지적으로 다시 말해 억지로
사랑의 기와 생기를 내려고 기를 쓰고나 있지 않은지.....

저도 오늘 복음의 주님처럼 의식하지 않고
그래서 의지적으로 사랑과 치유의 기를 발하려 하지 않아도
사랑과 치유의 기가 저절로 솟아나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존재가 바로 그런 존재이기를 오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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