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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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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가라지의 비유.

매우 거대한 담론이 가능한 비유입니다.
하느님께서 선이라는 씨앗을 심으셨는데
악마가 악이라는 가라지를 덧뿌렸다고 이 비유는 얘기합니다.
그러면 선과 악은 2원론적인 것인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거창한 질문을 이 비유는 하게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악과 악인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하고자 합니다.

철이 들면서 세상에 악이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분노했습니다.
거대한 악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러운 악인에 대해서도 분노하였지만
악을 저지르고도 그들이 잘 사는 이 세상에 대해서 분노하였고,
세상을 이렇게 만드신 하느님께 대해서도 분노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악은 제거되어야 하고
특히 사회의 구조적인 악은 깨부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걸리는 문제가
악은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악인도 제거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우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 나거나 끔찍한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그 사람을 이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하는 차원에서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강력한 힘을 얻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을 비롯한 생명존중론자들은
그들을 영원히 사회 격리시키더라도 사형은 시켜서 안 된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까지 뽑을 수도 있으니
그대로 놔두라고 합니다.

이 말씀을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싶습니다.
누가 밀이고 누가 가라지입니까?
하느님 앞에서 악하지 않은 사람 하나도 없는데
누가 나는 밀이라고 하면서 가라지를 제거할 수 있습니까?
다윗 시편이 얘기하는 대로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감당할 자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이도 주님께서는
죄악을 지금 당장 헤아리지 않고 미루시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결국 이런 셈입니다.
악이 하나도 없으신 하느님께서는 악을 참으시는데
악한 우리 인간은 조그만 악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죄 없으신 주님께서는 간음한 여자를 용서하시는데
죄 많은 사람들이 그 여자를 죽이려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조그만 악도 견디지 못합니다.
액자가 조금만 기울어져 있어도 반듯하게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진짜 사나운 개는 짓지 않고 두려움이 있는 개가 짓는다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우리의 선은 조그만 악에도 위협을 받을 만큼 작은 선이기에
조그만 악도 견디지 못하고,
우리의 사랑은 조그만 고통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이기에
조그만 악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전능하시기에 만민에게 자비로우시고
그들이 회개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죄를 살피지 않으시며,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은 모든 것이 그분 것이기에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지혜 11,23과 26).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선에 대해서 자주 얘기합니다.
하느님은 지상선, 완전한 선, 충만한 선, 모든 선이십니다.
하느님의 선은 지극히 높고 너무 크고 완전하여
어떤 악도 범접치 못하고
아무리 큰 악도 깜냥이 되지 못합니다.
냇물이 바닷물을 오염시킬 수 없고
오히려 바닷물이 모든 물을 받아들여 정화시키듯이
어떤 악도 하느님의 선을 침범할 수 없고
오히려 하느님의 선이 모든 악을 무력하게 하기에
하느님은 어떤 악도 참으시고 인자하십니다.
이 하느님의 선과 사랑 때문에 오늘도 우리 생명은 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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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10.07.24 08:59:21
    그렇습니다.

    그런 말이 있지요,
    털어서 먼지 없는 사람 없다는 말,
    전 이 말에 이의를 달고 싶지 않은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한계성이고, 그 한계성에 연민을 갖는다는 말이지요.
    너, 나 할 것 없이 말입니다.

    밀과 가라지 사이를 시시때때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할 수만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부르시는 날,
    나는 밀이겠지! 했는데 가라지였다 하시고,
    가라지로만 여겼던 누군가는 밀이다고 하시면 어찌 할까!
    늘 오늘 복음을 대할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지요.

    내 안에 밀과 가라지가 혼재해 있는 갈등 속에서 사는 것처럼
    너 역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하루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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