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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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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베로니카의 수건 

  가 : 엘 그레코(1541-1614)

  기 : 캠퍼스 유채(84X91cm)

소재지 : 스페인 톨레도 산타 크루스 성당

살기가 나아지면서 크리스챤들은 예수님이 사셨던 이스라엘 성지 순례에 대해 많은 관심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순례를 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이스라엘 전체 성지의 대부분을 프란치스칸들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성지에 가도 갈색 수도복의 프란치스칸들을 만날 수 있다.


더욱이 개신교 신자들은 교직자들의 잘못된  교육에 의해 자기들이 크리스챤으로서 주류로 생각하다가 막상 성지를 가보니 성지 모두를 가톨릭과 동방교회에서 맡고 있으니, 이들을 피하다보면 성지 중 갈릴래아 호수 밖에 갈 곳이 없어 자기들이 크리스챤 주류라는 잘못된 것을 사실로 믿어온 신앙 뿌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성지의 프란치스칸 역사는 창설자이신 성 프란치스코까지 올라가게 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예수님의 삶에 대해 대단한 열정과 관심이 있었기에 이슬람 교도들이 점령하고 있는 성지를 순례하시고 더욱이 당시 교회가 원수처럼 여기던 이슬람 교도를 찾아가 평화의 메세지를 전하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와 이슬람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처지에서 성 프란치스코는 교회 안에서 유일하게 이슬람과 악수를 할 수 있는 평화의 사도이시다.


이런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따르기 위해 프란치스코의 제자들은 선교의 첫 자리로이 스라엘  성지를 생각했고 이슬람 교도들이 지배하고 있는 성지에 가서 갖은 박해와 순교까지 당하면서 이슬람들을 주님 사랑의 마음으로 녹여 오늘 무덤 성당을 위시해서 베들레헴, 나자렛 등 이스라엘 성지 전체에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프란치스칸들은 성지 중에서도 특히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증거터였던 예루살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기에 주님 사랑을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표현한 예루살렘의 안토니오 문에서부터 무덤 성당까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시간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대단한 의미가 있는 이 정경을 14처로 구분해서 순례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수난에 깊이 심취하게 만들었다.


대중들에게 주님 수난과 부활이라는 신앙의 핵심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프란치스칸들의 노력은 십자가의 길이란 기도를 창출했고 이 기도를 통해 주님 수난 신심을 온 교회로 확산시키는 큰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모욕과 고통의 상징인 가시관이 주는 통증을 견디며, 지쳐서 쓰러짐 등의 고초를 당하면서 마침내 처형장인 골고타에 도착해서 장렬한 십자가의 죽음을 맞으신 약 800m에 달하는 이 길을 후세 크리스챤들은 "슬픔의 길이란 뜻의 라틴어로 Via Dolorosa,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십자가의 길"이라는 의미론적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였다. 


이 길은 비록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는 짧은 여정이지만 예수님의 전 생애를 집약하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기에 성지 프란치스칸들은 이것을 십자가의 길이란 기도로 만들어 비록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할 수 없는 신자들이라도 그가 속한 본당에서 신앙의 핵심인 주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십자가의 길 14처 중 많은 것은 성서에서 그 기원을 볼 수 있으나 어떤 것은 애매한 것도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6처에 나오는 베로니카의 수건에 관한 내용이다.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풍부한 내용이 있는 루카 복음 23장엔 십자가를 지시고 고통의 길을 걷는 예수님 가까이 여러 여인들이 모여 슬퍼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들을 바라본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루카 23: 28)


이 작품은 이 여인 중 한 명이 너무도 처참한 예수님의 얼굴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수건으로 그 얼굴을 닦아 드렸으니, 그 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 졌다는 전승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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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중세의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의 형상이 새겨진 수건을 들고 있는 성녀 베로니카를 그렸다. 그런데 베로니카의 시선이 화면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한마디로 베로니카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얼굴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기에 자기의 역할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배려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은 크리스챤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크리스챤 삶이라는 것이 그리스도를 등에 업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현실을 자주 대하게 되고, 이런 민망한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런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허구적인 착각인지를 사도 바울로의 말씀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주님이심을 선포합니다.”(2코린 4,5)에 대한 반영으로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검은색의 배경과 흰색으로 표현된 베로니카와 수건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보여야 할 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얼굴뿐이니 그 외에는 모든 것을 검은색으로 차단한 것은 신앙의 본질은 오직 그리스도에게만 몰두하는 것임을 강렬하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흰색과 검은색의 현저한 대비 속에 베로니카의 옷은 짙은 초록색을 띠고 있다.

이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대비를 통해 오히려 관람객으로 하여금 관람객의 온 시선을 그리스도의 얼굴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 얼굴은 또한 다음과 같은 성서적 감동을 표현한 것이다. 요한복음 19,1-5은 주님이 십자가의 고통을 시작하시기 전의 숨 막히는 긴장의 장면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빌라도의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끌려 나왔고’ 이 때 빌라도는 군중들에게 예수님을 보이며 “자, 이 사람이오”(라틴어로 Ecce Homo) 라고 말하고 나서 예수님을 유대인들에게 넘겨 준 사실을 전하는데, 작가는 바로 이 예수님의 얼굴을 이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 예언자 이사야는 '고난 받는 야훼의 종'의 넷째 노래(이사 52,13-53,12)에서 수난을 받는 예수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서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죽음이 우리 인간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씨앗인 부활을 심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으니, 높이높이 솟아오르리라. 무리가 그를 보고 기막혀했었지.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만방은 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제왕들조차 그 앞에서 입을 가리우리라. 이런 일은 일찍이 눈으로 본 사람도 없고 귀로 들어 본 사람도 없다.(이사 52,13-15)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을 끌 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우고 피해 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는 줄로만 여겼다.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이사 53,2-5)


작가가 활동하던 16세기 톨레도의 귀부인들이 입던 우아한 의상을 입은 베로니카는 슬픔에 잠긴 얼굴을 옆으로 돌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관람자들의 시선이 베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베로니카가 들고 있는 수건의 주름은 너무나 정교하게 그려졌다. 이것은 작가의  깊은 묵상의 결과이다. 그는 이 작품을 생각으로 그린 게 아니라 깊은 묵상을 통한 자기 신앙 고백으로 표현했다.


엘 그레코(1541-1614)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이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으나 주된 활동은 스페인 왕실 궁정과 톨레도에서 했다. 그는 1577년  톨레도에 와서 죽을 때 까지 톨레도에 살면서 말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풍지박산이 된 가톨릭교회를 수호하기 위해 이어진 트렌토 공의회에서 정비된 가톨릭교회의 개혁 정신을 그림으로 설파한 16세기 말 매너리즘 양식의 거장이다.


그가 그린 대부분의 작품은 단순한 성화가 아니라 그 당시 교회 정화에 꼭 필요한 구체적 신앙 지침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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