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오로 사도는 죄와 은총의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이 주제를 얘기할 때 제가 자주 얘기하는 관점이 있습니다.
올바른 회개는 무엇이며 올바른 관상은 무엇일까와 관련된 것인데
이 회개와 관상이 사람에 따라 차이랄까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죄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도 무딘 사람이고,
자기의 죄가 무엇인지 전혀 또는 너무도 모르고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자기 성찰이 없는 이에게 회개는 기미도 없을 것이고
관상과 같이 너무 고상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양심에 가책이란 것이 없으니
속 편하게 살며 자기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 것입니다.
다음은 자신을 성찰할 줄 알고 죄에 대한 감수성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회개의 가능성이랄까 싹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찰이 자기 성찰에만 그치고 하느님을 보지 못하면
그런 성찰은 회개의 성찰이 되지 못하고
그런 관상은 자기만 보고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이 되고 말 것이며
이 경우 회개는 회심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회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고,
그래서 어찌보면 앞의 무딘 사람보다 더 괴롭고 불행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회개와 올바른 관상은 자기 죄에만 머물지 않고,
하느님과 하느님 은총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사람은 자기도 보고 하느님도 보며
자기 죄도 보고 하느님 은총도 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이렇게 볼 뿐 아니라
하느님과 하느님 은총에로 나아간다고 했는데
그렇지요. 죄책감과 회한에 머물지 않고 은총에로 나아가고
더 나아가 하느님 사랑에로 나아가 그 사랑에 마침내 머물게 됩니다.
우리 교회의 오랜 영성 전통에 삼중도(三重道, Triple Ways) 곧
정화의 길, 조명의 길, 일치의 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화와 조명을 거쳐 마침내 일치에 도달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정화란 말할 것도 없이 죄의 정화를 말하는 것이고,
죄의 어둠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죄의 어둠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바로 조명의 은총입니다.
은총을 받는 사람은 햇볕 좋은 날
빨래를 빨아 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죄책감으로 자기 안에 또는 어둔 골방에 갇혀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볕을 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은총으로 자기 죄를 씻고 하느님 사랑에 머무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것임을 볼줄 아는 사람만이 이렇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죽기 얼마 전 형제들에게 편지를 쓴 다음
형제들을 위한 기도로 편지를 마감하는데 이렇게 기도합니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가련한 우리로 하여금
내적으로 깨끗해지고, 내적으로 빛을 받고, 성령의 불에 타올라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게 하시고 오로지 당신의 은총으로만 당신께 이르게 하소서."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하느님 은총으로 자기 죄에서 하느님 사랑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비는 오늘 이 아침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주님께서 상을 차려주시면)
http://www.ofmkorea.org/384049
19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한 사람이 중요하다)
http://www.ofmkorea.org/278052
18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벽을 허물어)
http://www.ofmkorea.org/159586
17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기쁨과 감사 중에 어떤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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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자기 흡족과 은총의 만족 사이에서 나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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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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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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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주님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바람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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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기다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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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지극한 섬김을 받는 행복한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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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평화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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