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선
우리 동네 관할 구역내, 소공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일을 해온지도 어언 3년이나 되어간다. 시작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사회적 허드레일을 왜 하려느냐 분분한 말을 듣기도 하였지만, 서울에서도 중구 소공동이란 지역은, 관공소가 많은 지역이요 따라서 일반 주민 인구 밀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 이르는 곳이라, 사람 구하기도 만만치않은 데다. 숫소문에 의하면 인구밀도가 조밀한 타 구에선 1인이 3년씩이나 같은 일을 변함없이 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란다.
어쨌든 경로 자격으로 하는 소일꺼리로서 내 깜냥으론 전혀 부담이 안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일하는중 작은 사건이지만 평소에 없던 예사롭지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늘 일하면서 "예수 마리아, 당신을 사랑하오니 영혼을 구하소서!"란 화살 기도를 하는 것도 습관적이지만, 내 유일한 기도의 낙이랄까...어느 지점에 이르러 웬 젊은이가 말없이 지폐 한 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받지를 않고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얼릉 내 손가방에 넣어 주고 가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없던 일이어서, 아마도 늘상 동네를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려니 엽엽한 생각에 보시라도 한 모양이다 생각- 일이 다 끝난 후 확인해 보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적어도 1만원 짜리 지폐려니 생각한 것과는 달리 달랑 1천원이었다. 아항, 그러면 그 젊은이의 눈에는 거리를 청소하는 초라한 노인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하기사 하루 쉬는 날 제법 멀리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점심값 아끼느라 편의점에서 1,100원 짜리 컵라면 하나로 족해하지 않은가? 용돈이 없어궁상을 떠는 것이 아니라, 소식을 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꿀맛으로 먹는 한 끼 컾라면이 아닌가!
천원짜리 한 장! 어쨌든 고마웠다. 집에 가 애긍함에 넣으면 되겠지 하는 맘으로, 퇴근 길을 재촉하는데 대부분 천원 짜리 물건이 그들먹한 덕수궁 옆 다이소가 눈에 띄었다. "올커니, 요즘 어리지만 잘 자라고 있는 내 방의 바이올렛에게 화분을 바꾸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설핏 떠올랐다.
마침 다이소엔 내가 원하는 화분이 금방 눈에 띄었으니, 오늘 그 젊은이가 쥐어준 천원은 그야말로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100% 감사의 선물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