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말씀은 사실 듣기에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우선 아내를 버려도 되는지 묻는 것이 불쾌합니다.
사람을 물건처럼 소유하고 버리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남자 중심의 얘기 전개이기에 불편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버려도 되는지 묻는 것이 남자 중심이고
그래서 저는 왜 여자가 남자를 버리는 얘기는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버리다니 말이 되냐?'며 주님께서 더 강하게 나무라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다음의 말씀으로 분명합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부부는 결합하여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고,
그 결합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결합이라는 것이며
그런 것이기에 사람에 의해 갈라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이것이 꼭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는 모든 이의 모든 만남은 다 이렇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부의 결합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결합도 부모가 이 자식을 선택한 것 아니고,
자식이 이 부모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면에서 마찬가지이고,
하느님께서 이 자식과 이 부모를 주셨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지요.
수도 공동체의 형제들도 지금 이렇게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것은
나의 선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그렇게 믿고 형제를 받아들일 때 수도 공동체는
인간적 결합에 의한 인간 집단이 아니라 하느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거듭 말하지만, 부부 관계든 부모자식 관계든 수도원 형제 관계든,
모든 관계는 신적인 결합이어야만 깨지지 않고 하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합으로는 하나가 될 수 없을뿐더러
설사 하나가 되었더라도 그것은 정치권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한순간의 목적을 위해 한순간의 결합에 불과하고 곧 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적인 결합은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신앙적인 결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삼위일체적인 결합을 닮으면 제일 좋을 것입니다.
우선 사랑의 결합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결합이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결합이 아닙니다.
이기적인 결합이란 앞서 봤듯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합치는 야합에 불과하고,
자기중심적인 결합이란 자기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하나같이 있기를 바라는
결합인데 그런 것이기에 이런 결합은 있을 수 없거나 곧 깨어지는 결합이지요.
사랑의 결합은 이 반대지요.
너를 위해 나의 이익을 희생하고,
너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와서 저는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굳이 희생을 한다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서로 희생하고,
어느 한쪽을 위해 있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있는 것이며
이때 우리는 너와 나로 따로 있지 않고 진정 우리로 곧 하나로 있을 수 있지요.
사랑은 너에게 나를 내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로 하나되어 서로 내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신적인 결합은 사랑의 결합일 뿐 아니라 순종의 결합입니다.
서로 사랑해서 하나가 되는 결합일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그 섭리에 순종하는 결합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고 내가 선택해서 하나가 된 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찜해서 하나가 된 것은 더더욱 아니며
맺어주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순종하여 하나가 되는 것인데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 당시에는 나도 몰랐지만
하느님께서 그를 만나게 하시고 사랑하게 하신 거라고 믿는 것이
우리 믿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어야 하며, 맺어주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순종하여 하나가 되는 것' 이란 말씀
마음에 새기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신부님 말씀 매일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