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 선
그제 새벽에 교통 사고로 재속회원이신 김젬마 자매님이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자매님의 영혼이 떠나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
"수사님, 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여정을 떠나려는데 왜 그렇듯 슬픈 표정이시지요? 저의 아들, 세 딸들도 하나같이
슬픔이네요. 정작 본인은 이렇듯 즐겁고 행복한 채비 중인 데...이제 오랫동안 고되었던 육신 여정을 사쁜히 내려놓고
영원한 주님 나라로 간답니다."
40여년 가까이 이곳 수도원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으시고, 언제나 쓸어지실 듯 약하디 약한 모습이시면서도 매일 미사에 오셔서는 꼭 저의 뒷 자리에 앉으시어 성무일도와 미사를 봉헌하셨거던요.
그리고 재속 프란치칸으로서, 공적인 여러 도우미 역할과 각종 후원회 활동...등 어찌 그토록 쓰러지실 듯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실 수 있었는지...!!!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늘 어린애같은 미소로 손을 잡아 주시며 뭔가 가득하신 연민의 정으로 말씀하시려는 그 해맑은 표정은 73세의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기같으셨지요.
늘 엄마같은 따듯한 마음이셨기에, 제게는 물론 모든 수도원 식구들에게도 잔잔한 기쁨을 주신 분! 어쩌면 복음에 자주
나오는 "With compassion(연민에 찬)" 맘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느끼게 해 주신 자매님!
성체를 모시면 감당할 수 없는 징후로 눈물을 자주 흘리셨고, 때로는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하시던 여리디 여리신 안스럽던 그 모습! 꾀꼬리같은 음성으로 부르시는 성가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군요. 이제는 평소에 못 느꼈던 빈 자리로,
오래오래 자매님의 따뜻한 영혼이 많은 분들에게 남아 있게 되겠지요.
어제 오늘 미사를 봉헌하면서, 텅 빈 뒷 자리를 자꾸만 의식하면서 분명, "수사님, 저 여기 이렇게 수사님을 뵙고 있잖아요. 이렇듯 즐겁디 즐거운 여행을 떠나려는 데 그런 슬픈 표정은 뭐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신 자매님,
어쩌면 교통 사고 나는 순간에조차도 자매님은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사고가...아니라 오히려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택시 운전사를 안스러워하셨을 테지요.
사고의 꼭지점을 만난 그 운전사야말로 무척 불안했겠지만, 오히려 이승에서 영혼에로의 순간을 하루라도 앞당겨준
공로상을 충분히 받지 않을까 싶네요.
젬마 자매님,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제 모습도 지금 맑은 미소로 내려다 보시겠군요.
그래요, 오늘 이승에서의 마지막 고별 미사가 있었으니, 어여 가셔야겠네요.
감기로 콜록인다고 며칠 전에 전해 주신 페트병 달인 물을 마시면서 이젠 감기도 뚝 해야겠지요?
하느님과 함께 하시는 영원한 여정...
잘 가시고요, 저희들도 자매님의 따뜻하신 사랑, 내내 잊지않고 지낼께요.
'서대문 (김인선)젬마 자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