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다음 토요일-2015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필요한 사람
저는 필요한 사람입니다.
돈이 필요하고,
힘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고,
구원이 필요하고,
영어로 얘기하면 The Person in Need이며
그래서 친구가 필요하고,
구원자 하느님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동체를 위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고,
공동체에게까지 꼭 필요한 사람은 못되더라도
한 사람에게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 저와 같을 것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아무 쓸모가 없는 불필요한 사람이기보다는
공동체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말의 진정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필요한 사람이 될 수는 있는 것인지.
먼저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
공동체에게나 한 사람에게나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나를 내어주어야 하는데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픕니까?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로 하고,
그만큼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래도?
문제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상담이 필요하고,
그만큼 더 많이 내 시간이 뺐길 텐데 그래도?
애정결핍이 심할수록 더 큰 사랑을 필요로 하고,
그만큼 그 한 사람에게 사랑이 쏠리게 되는데 그래도?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세심한 사랑이 필요하고,
그만큼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하는데도 그래도?
더 말썽꾸러기일수록 나를 성가시게 하고 괴롭게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데 그래도?
진정 이런 사랑의 바람과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런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크고 깊고 넓고 높은 사랑,
세심하고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끈질긴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능력 없는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의지도 소중하지만 사랑의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시 우리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나눠줘도 부족함이 없도록 우리를 채워줄 사랑이 필요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며,
이웃 사랑을 위해서 부족함 없는 하느님 사랑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필요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