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오늘은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
오늘 전례에서 좀 벗어나는 주제로 나눔을 하겠습니다.
벗어나는 주제란 <조급증>인데 이것을 주제로 삼은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주제로 나눔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급증을 먼저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참을성이 없이 매우
급하게 구는 증세'라고 나와 있었는데 그러나 왜 급하게 구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아서 제 나름대로 그 이유에서부터 종류까지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로 떠오른 것은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찻시간이 11시이고 그래서 10시부터 천천히 준비해 나가도 되는데
괜히 9시부터 마음이 분주하고 불안하여 미리 떠나야지만 안심이 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급증은 그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일 뿐
그리 나쁜 것은 아니고 죄라고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인데
저의 경우 이런 면에서는 아주 느긋합니다.
그리고 일의 경우도 원하는 결과를 빨리 얻지 못해도 느긋한 편입니다.
언젠가 될 거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고,
설사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다릅니다.
사람에 대해서는 조급증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옛날에 양성 책임자로 있을 때는
제가 양성하는 형제들이 빨리 원하는대로 성장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는 마치 씨를 뿌리고는 언제 싹이 돋나 매일 살피고,
싹이 나면 빨리 쑥쑥 크기를 바라며 물을 자주 주는데
생각만큼 빨리 크지 않으면 억지로 키를 늘리기라도 할듯이
물을 너무 많이 줘 오히려 뿌리를 썩게 만드는 것과 같지요.
그러니까 저는 사람 욕심이 있는 것이고,
좋게 얘기하면 돈 욕심이나 일 욕심보다 사람 욕심이 있는 것이며,
저의 보람이 부나 일의 성취보다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사람은 욕심의 대상이 되면 안 되고
심할 경우 이것은 돈 욕심이나 일 욕심보다 더 나쁩니다.
욕심으로 사람을 소유하려고 드는 것이고
그 때문에 사람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봤듯이 욕심이 조급증을 유발하고
조급증은 사람마다 자기 성장의 때가 있는데
내가 그 성장의 때를 억지로 앞당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나쁜 조급증은, 이런 표현이 적합한지 모르지만,
영적인 조급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겸손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때를 참고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 민수기의 사람들처럼 자기의 때를 하느님께 들이대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불평하고 불만하는 것입니다.
일에 대해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다 하느님의 때가 있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싹이 트고 여름이 돼야 자라며 가을이 돼야 열매 맺듯
다 그 때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하느님의 때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봄이라고 모든 나무가 똑같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지 않고,
각기 자기의 봄 곧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자기의 때가 있듯이
일이나 사람도 다 그것의 때가 있고 그것의 때가 하느님의 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나의 때를 하느님께 들이댑니까?
하느님의 때를 공순히 기다립니까?
우리 각자 조급증과 관하여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