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이는 사람들
추위네 방문 앞엔
외출 중
얼음장을 살찌우던 추위가
남녘의 봄기운에 밀려난 것일까
차갑지만 맑고 깨끗한 날이다
여기 저기 들려오는 건
추위를 타는 사람들의 흐느낌
땔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의 불이 꺼져가는 건
터무니없는 과신과 우매
체념과 자기중독이다
희망은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눈 돌리지 말고
지쳤을 때 부담 없이 기대게 해주고
극진히 대접하다보면
서릿발 속에서
청정한 생명력으로 추위를 견디는 청 보리처럼
견디는 힘의 극한 속에서도 살아나리라
우리 모두 춥기 때문에
불씨가 꺼지기 전에
뉘우치는 마음과 돌려드리려는 마음으로 밑불을 살리자
솔가지를 지피고 관솔이 박힌 나무토막을 더 넣자
추위의 밑바닥을 흐르는 따스한 물줄기가
온갖 채광을 담아 꿈속처럼 윤이 흐르도록
체념을 넘어 희망을 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