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795 추천 수 1 댓글 13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오늘 독서와 복음은 둘 다 이별할 때 주님과 바오로 사도가

어떻게 하셨는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러니 이별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을 보여주시는 것이지요.

 

지난번 동포 미사 때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남긴 말씀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이 자녀들에게 유언을 남긴다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유언을 준비한 분이  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준비된 유언은 없어도 이제라도 말씀해보시라고 하니

모두 하나같이 하느님을 열심히 믿으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야 할 것은 하느님이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대면해야 할 분도 하느님이며

그러니 마지막으로 남겨야 할 말도 하느님을 열심히 믿으라는 말씀이어야겠지요.

 

얼마 전 저희 수도원에서 유언장을 모두 작성하라는 공문이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죽을 경우를 대비하여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신이나 장기를 기증했거나 기증할 것인지,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밖에 연락할 곳이나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남기라고 한 다음

마지막으로 형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남기라고 하였는데

저는 남길 말이 하나도 없었고 아무 흔적 없이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제들에게 아무 말을 남기지 않으려는 저의 마음이

가난이나 겸손인지, 아니면 사랑 없음인지.

 

제가  대단하다고 형제들에게 유언을 남긴다는 말인가?

이렇게 유언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세상에는 미련이나 애착은 말할 것도 없고 진정 털끝만큼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이것이 진정 저의 가난과 작음인 것인지,

형제들에 대한 저의 사랑의 부족이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았는데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저에게는 두 가지가 다 있었습니다.

 

변명할 여지 없이 형제들에 대한 사랑이 저에게 없었고,

형제들이 저의 유언을 소중히 여길 거라는 믿음도 없었던 거였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저는 적지 아니 충격을 받았고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형제들에 대한 사랑이 제게 없을 리 없고

형제들의 사랑에 대한 믿음도 없을 리 없지만 그리 크지 않은 거지요.

 

다시 지난 동포 미사 때 동포들이 말씀하신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남긴 유언을 자녀들이 소중히 여길 거라고 믿느냐고

제가 질문을 던졌을 때 그분들은 모두 자신 있게 그럴 거라고 믿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자식 가진 부모들도 같을 겁니다.

저도 몇 명의 형제들과의 관계에서는 사랑과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형제와는 이런 사랑과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갓 들어온 형제가 그래서 저와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형제가

저의 유언을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저는 믿지도 바라지도 않는 것인데

한 사람의 작은 사람으로 숨어 살 수 있는 큰 공동체 생활의 한 단면,

그러니까 익명성의 한 단면입니다.

 

그렇습니다.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자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77억 인구 중에 지구 한구석에서 죽은 한 명의 죽음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이것을 존재의 익명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큰 공동체에서도 이럴 수 있는 거지요.

 

존재의 익명성에 기대어 살다가

사랑도 믿음도 익명성에 숨어버리는 나의 인생이 아닐지,

끝까지 그런 인생을 살다가 끝내는 것은 아닐지 심각하게 돌아보는 오늘 저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17:06:29
    21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 <br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라도<br />http://www.ofmkorea.org/407901<br /><br />20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사랑의 가장 큰 적)<br />http://www.ofmkorea.org/354802<br /><br />19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br />http://www.ofmkorea.org/224711<br /><br />18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영적인 이리떼)<br />http://www.ofmkorea.org/122502<br /><br />16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사랑의 수다스러움)<br />http://www.ofmkorea.org/89450<br /><br />13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이런 주책바가지는 괜찮겠지요?)<br />http://www.ofmkorea.org/53500<br /><br />12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고귀한 자유, 위험한 자유)<br />http://www.ofmkorea.org/5862<br /><br />10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만남 없는 떠남은 아예 없으리)<br />http://www.ofmkorea.org/4016<br /><br />09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시련이 와도)<br />http://www.ofmkorea.org/2577<br /><br />08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주는 자의 행복)<br />http://www.ofmkorea.org/1237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17:05:53
    08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주는 자의 행복)<br />http://www.ofmkorea.org/1237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17:05:19
    09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시련이 와도)<br />http://www.ofmkorea.org/2577
  • ?
    홈페이지 가온 2022.06.01 06:26:30
    진솔한 신부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유언을 하라면???? 생각하는 하루가되겠습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7:28
    10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만남 없는 떠남은 아예 없으리)<br />http://www.ofmkorea.org/4016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7:01
    12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고귀한 자유, 위험한 자유)<br />http://www.ofmkorea.org/5862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5:45
    13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이런 주책바가지는 괜찮겠지요?)<br />http://www.ofmkorea.org/53500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5:22
    16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사랑의 수다스러움)<br />http://www.ofmkorea.org/89450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5:01
    18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영적인 이리떼)<br />http://www.ofmkorea.org/122502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2.06.01 06:04:38
    19년 부활 제7주간 수요일<br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br />http://www.ofmkorea.org/224711
더보기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03Jun

    부활 7주 금요일-다시 시작하는 사랑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가 매우 사랑이 가고 본을 받고 싶습니다. 깊어진 그의 내면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매우 조심스럽고 겸손하면서도 진실합니다. 이전...
    Date2022.06.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4 Views837
    Read More
  2. No Image 03Jun

    2022년 6월 3일 금요일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

    1오늘의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와 지향 2022년 6월 3일 금요일 1교부들의 말씀 묵상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
    Date2022.06.03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2 Views190
    Read More
  3. No Image 02Jun

    부활 7주 목요일-잘못된 사랑법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어제와 오늘 읽는 복음은 주님께서 아버지께로 가시며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께 청하는 그 유명한 대사제의 기도인데 계속되는 청원 중의 하나가 제자들이 하나 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가 되는 ...
    Date2022.06.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4 Views806
    Read More
  4. No Image 02Jun

    2022년 6월 2일 목요일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

    1오늘의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와 지향 2022년 6월 2일 목요일 1교부들의 말씀 묵상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Date2022.06.02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0 Views156
    Read More
  5. No Image 01Jun

    부활 7주 수요일-이별할 때 우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은 둘 다 이별할 때 주님과 바오로 사도가 어떻게 하셨는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러니 이별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을 보여주시는 것이지요.   지난번 동포 미사 때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남긴 말씀을 설명하기 위해 여...
    Date2022.06.0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3 Views795
    Read More
  6. No Image 01Jun

    2022년 6월 1일 수요일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

    1오늘의 에페소 평화기도 다락방 말씀 기도와 지향 2022년 6월 1일 수요일 1교부들의 말씀 묵상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하나’의 뜻 ‘하나’는 ‘비슷함’을...
    Date2022.06.01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1 Views153
    Read More
  7. No Image 31May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어제는 공동체 형제들과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기후 비상 시대-리허설’이라는 연극을 보기 위해 명동 국립 극장을 가는 전철에서 책을 보고 있는 한 친구를 보게 되었는데 요즘 책을 잘 안 보는 시대에 책을 보니, 그것도 젊은 친구가 보니 그 자체가 관심이 ...
    Date2022.05.3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0 Views92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07 308 309 310 311 312 313 314 315 316 ... 1372 Next ›
/ 137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