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집트의 요셉 (Joseph of Egypt, 1515)
작 가 : 야코포 폰토르모(Jacopo da Pontormo, 1494 - 1557)
크 기 : 목판 유채 (96 X 106cm)
소재지 :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성서에 나타나는 많은 인물 중 구약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인물은 아마 요셉일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탈출하게 만든 모세나 다른 예언자들도 있지만 이들의 삶을 파란만장해서 사람들에게 삶의 훈기를 느끼게 만드는 따스한 정감을 주지 못하지만, 요셉의 이야기는 너무 정감적이어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야곱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그 형들보다 더 총명했기에 아버지의 사람을 독차지한 반면 이것 때문에 형들의 미움을 받아 이집트의 종으로 팔려 가게 되고, 이집트에서 그는 노예의 처지에서도 너무도 기품있는 모습을 보이자 경호 대장의 마음에 들어 이방인으로서 이 집 전체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아 원체 성실하고 바른 처신으로 그의 신임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의 준수하고 교양있는 모습이 그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주인의 아내가 요셉에게 눈길을 보내며 “나와 함께 자요!” 하고 말하였다. (창세 39, 6ㄴ - 7)
그러나 그는 준수한 용모에 매혹된 어떤 경호대장 부인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질투와 수치심에 불타는 부인의 모함으로 모든 것을 잃고 3년 동안 감옥 생활하게 된다.
여기에서 파란만장한 생활을 하다가 하느님의 도움으로 꿈 현몽의 능력을 받아 이것을 사용해서 꿈 문제로 고뇌에 빠진 파라오를 도와줌으로서 다시 이집트에서 최고 관직인 재상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는 총리대신으로 너무도 현명한 처신을 해서 이집트를 여러 어려움에서 구해내고 민심을 얻음으로서 모든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총리가 되었다.
어느 해 가뭄이 들어 이집트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이스라엘도 극심한 식량난이 닥쳤으나 이집트는 요셉의 현명한 정책으로 넉넉한 비상식량이 확보된 상태에서 허기에 지친 이웃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 양식을 구하려고 오게 된다.
야곱과 요셉의 형들도 양식을 구하기 위하여 이집트로 왔으나 동생 요셉이 짐승에게 먹혀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자기 앞에 나타난 동생 요셉을 알아보지 못한다.
요셉의 지혜로운 처신으로 자기 형들이 동생 요셉을 알아보았으나 요셉은 자기를 해친 형들을 관대히 용서하고 아버지 야곱을 이집트로 모셔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이다.
과거부터 요셉은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은 어떤 경우이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복을 받게 된다는 신앙인의 모델로 등장하게 되어 교리 이야기 중 가장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가 되었다. 그래서 과거 많은 교리 교육의 구수함과 매력적인 주제가 바로 요셉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예가 많아졌다.
교회에는 이런 교리교육을 목적으로 한 그림 위주의 교리서가 있었는데, 작가도 바로 요셉의 생애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교리교육용으로 사용했는데 작가는 바로 신자들에게 이해가 쉬운 방법의 교리 교재로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요셉이 파란만장의 시련과 고통을 겪은 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한 순간을 그리고 있다.
이 장면을 보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자기의 어려운 현실을 요셉의 삶과 비기면서 이것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신앙으로 현실의 모든 애환을 선과 희망으로 돌릴 수 있는 요셉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작가는 요셉의 생애에서 그의 업적과 영광에 관계되는 세 가지 일화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창세기는 심한 기근이 든 해에 요셉의 지혜로 이것을 극복하여 비참한 기근과 아사를 면하고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던 요셉의 업적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요셉은 말과 양 떼와 소 떼와 나귀들을 받고서 양식을 내주었다. (창세 47, 13. 17ㄴ)
요셉은 치밀히 준비한 계획으로 어려운 기근에 대비할 수 있는 양식을 비축해 두어 기근이 닥치자 그 양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성군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기근에 양식을 주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기에 정치가로서 이보다 더 큰 업적이 있을 수 없다.
요셉은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 선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우리는 행동의 뒷받침이 없는 미끈한 말을 남발하면서 자기도취 수준의 하느님 사랑의 허상에 빠지기 쉬운데 요셉의 이 쾌거는 참으로 크리스천 사랑의 진정성 표현의 중요성을 알리는 좋은 자료이다.
야곱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요셉이 형들의 질투에 의해 노예로 팔린 줄도 모르고 죽었다는 자식들의 거짓말에 속아 일생을 가슴앓이하며 살았다.
“부모는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격언의 한을 안고 살다 뜻밖에 요셉이 이집트에서 고관이 되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요셉의 지혜로운 처신에 극히 호감을 느낀 파라오가 식민지 출신의 촌부인 야곱을 초대했다는 것은 야곱에게 더 없는 영예였다.
한마디로 야곱은 자기 일생에 처음 당해본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황홀한 순간을 지키고 있다.
파라오는 야곱과 그의 아들들을 환대로 맞아들이고 더 큰 특권을 베풀게 된다.
이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야곱의 경사가 바로 자기 살의 경사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며 현재의 시름을 잊고 잠시 황홀경에 빠질 것이고 또 요셉처럼 하느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의 삶은 언젠가 축복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삶에서 필요한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서는 너무도 행복해서 믿어지지 않는 몽환상태에 빠진 요셉 가족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일개 식민지 출신의 야곱이 파라오를 축복했다는 것은 요셉의 위상이 이짚트 왕실에서 어느 정도였는 알리는 좋은 표징이었으며 어려운 처지의 서민들이 고달픈 삶에서 꿈꾸면서 잠시 인생의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좋은 증거가 된다.
요셉이 자기 아버지 야곱을 모셔다 파라오 앞에 세우자, 야곱이 파라오에게 축복하였다. 요셉은 파라오가 분부한 대로 자기 아버지와 형제들을 이집트 땅에, 곧 그 땅에서 가장 좋은 곳인 라메세스 지방에 머무르게 하고, 그들에게 소유지도 떼어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제들과 아버지의 온 집안에, 그 식솔 수대로 양식을 대 주었다. (창세 47, 7. 11-12)
요셉은 이집트에 와서 파라오의 주선으로 이집트 여자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게 되었다.
이집트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은 식민지 출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요셉에게는 대단한 출세의 표시이지만 유대교의 법통에서 보면 하느님 선민의 지위를 상실하고 구원받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씨앗을 품었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작가는 바로 이스라엘 선민의식을 지닌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이것을 가장 높은 자리에 두었는데 이것은 성서의 다음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이들을 나에게 데려 오너라. 내가 아이들에게 축복하겠다.” 하고 말하였다. … 요셉이 아이들을 가까이 데려가자,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입 맞추고 끌어안았다. … "제가 사는 동안 지금까지 늘 저의 목자가 되어 주신 하느님, 저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 주신 천사께서는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소서." (창세 48, 9ㄴ.10ㄴ. 15ㄴ-16ㄱ)
크리스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약함과 삶의 현장에서 돌출되는 여러 어려운 일들로 참으로 힘겨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에 절망과 분노 불안이 항상 우리 삶의 그림자처럼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 살아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 요셉의 이야기는 어떤 처지인 사람들에게도 큰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내용이기에 오늘에도 매력적인 내용의 성서이다.
성서의 이야기는 옳은 것이면서도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란 정서가 팽배하다.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격언으로 위로받지만 요셉의 이야기는 “좋은 약이 입에도 달다”는 생기 있는 교훈을 주고 있기에 오늘날에도 교리교육에 좋은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