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얘기는 주님과 제자들이 성전 세를 내야 하느냐 문제입니다.
이 얘기는 읽을 때마다 저를 불편하게 하고 부끄럽게 하는 얘기입니다.
요즘 우리 교회 현실로 바꿔 얘기하면 신자들은 교무금과 헌금을 내는데
저나 다른 사제와 수도자들은 그것들을 내지 않기 때문이고,
저나 다른 사제와 수도자들이 내지 않는 이유는 교회와 성전의 봉사자로
성별되거나 부르심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인데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지 않는 이유를 좀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베드로 사도가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주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기에 낼 수 없다고 핳 수 있겠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고,
둘째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주님을 따른 사람은 교무금이든 헌금이든 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줘서 낼 돈이 없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주님과 교회에 바쳤기 때문에 바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헌신을 제대로 하였다면 헌금은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도 좀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녀 그러니까 하느님의 사람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문제는 그리고 제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봉헌자라고 하는 제가
얼마나 저의 전부를 바쳤냐는 점입니다.
저의 직업이 없고,
제 소유의 재산이 없고,
제게 딸린 가족이 없다는 면에서는 다 바친 것 같지만
저는 저를 버리지 않았고, 버린 것을 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어저께도 얘기했지만 저는 제 맘대로 하려고 하고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제 맘에 들기를 바라니
어떻게 자신을 바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자기를 버리지 않고 바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소유권은 없고 제 이름의 재산이 하나도 없지만,
사용권은 있다며 부족함 없이 다 사용하고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란치스코의 말대로 개가 토한 것을 다시 먹듯
포기한 것을 다 누리는 저를 자주 가증스럽다고 느끼곤 합니다.
성전의 봉사자로서 저는 또 다른 면에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어제는 제가 영적 보조를 맡은 재속 프란치스코 형제회 월례회에 가서
강의하고 미사도 봉헌했는데 미사를 차리는 제대 봉사자들을 보면서
또 제가 너무도 부끄러웠고 그래서 반성을 했습니다.
그분들이 얼마나 성작이나 미사 도구들을 정성껏 챙기고 조심스럽게 다루는지
그들의 모습에서 거룩함이 느껴졌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니 부끄러운 것이지요.
그분들은 프란치스코가 성직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꾸짖듯
저를 꾸짖는 듯했는데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지극히 거룩한 신비에 봉사하는 이들, 그 가운데 특히 분별없이 봉사하는 이들은
우리 주님의 몸과 피를 제물로 봉헌하는 데 사용되는 성작과 성체포
그리고 제대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수도원에 정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어도
거룩한 제사에 쓰이는 도구들만은, 고급이 아니더라도, 잘 갖춰져 있기를 바랐는데
다른 것은 잘 챙기면서 성물들에 대해선 소홀한 제가 아닌지 반성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