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밤
성목요일,
만찬미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이 글을 씁니다.
지금 제 마음은 겟세마니 동산에 계시는 그분에게 다가가 있습니다.
슬픔과 눈물, 죽음을 목전에 둔 두려움으로 피땀을 흘리시는 분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가공할만한 재난 속에서 죽은 이들과 희망 없이 죽어가는 이들,
중동지역의 여러 나라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영혼들,
세계도처에서 불의하게 죽어가는 이들,
아무도 곁에 없이 홀로 죽어가는 이들,
그리고 일상의 하루하루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로 살아가는 이들,
배고픔과 추위, 목마름과 더위, 의약품이 없어 죽어가는 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이들 때문에
겟세마니의 예수님은 극도의 고통이 만들어내는 피땀을 흘리십니다.
내 자신의 잘못과 죄의 결과도 그 안에 있음을 보면서
저 또한 하염없이 슬픔을 타고 있으며,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말로는 나타내지 못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껴안으면서
그 진한 감동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겟세마니에서의 아들의 처절한 절규를 들으시는 성모님,
어머니로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설움이 북받치는 밤입니다.
사람들의 추위를 모아 아버지께 바치는 이 밤에
자신 안에 죽이는 힘을 바라보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사람들로 부터 오는 이 죽이는 힘에
폭력으로 대처 하려는 또 하나의 힘을 사용하려는 유혹은 강한 의지를 동반하여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피 흘리는 상처를 만들어 내는데 익숙해져 갑니다.
우리들의 마음에 흐르는 측은함과 연민,
애정 어린 포옹에서 나오는 눈물은 사람들을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곁에 있다는 느낌 때문에 힘을 얻습니다.
제자들마저 잠들어 있고
완전히 홀로 아버지께만 의존해 있는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교회는 이 밤에 예수님과 함께 깨여 기도하도록 합니다.
우리들이 한계를 느낄 때마다 이 밤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끝까지 함께 있습니다.
함께 하지 않는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일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치워 주십시오."
2011 성목요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