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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초대 교회가 꼴을 갖춰가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고
공동체를 오늘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모범이 됩니다.

우선 분업이 잘 이뤄졌습니다.
대외적인 일과 대내적인 일의 분업입니다.
한 가정으로 치면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의 조화입니다.
남편이 집 걱정 없이 밖에 나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내가 집에서 자녀교육과 집안 살림에 있어서
충실할 뿐 아니라 지혜로워야 합니다.

요즘 와서 맞벌이도 하고 집안일도 같이 나눠하고 하지만
제가 1990년대 초 미국에 갈 때만 해도
남자들이 주로 돈 벌고 여자들은 대부분 집안 살림을 했는데
미국에서는 부부가 같이 돈을 벌기 때문에 삶이 고단했을 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 있어서 문제가 있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젊은 엄마가 돈을 벌지 않고 집안 살림만 하고
제가 보는 앞에서 서슴없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젊은 엄마에게 칭찬을 했습니다.

제가 아직도 고루한지 모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엄마가 집안 살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집안 살림이란 말 그대로 집안 식구들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밥하는 것, 이것이 일입니까?
일이기도 하지만 살리는 일, 즉 사랑입니다.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는 것, 이것도 일이긴 하지만
일로서 하지 않고 사랑으로 하면 가족을 살리는 일입니다.

수도원에서 1년에 몇 차례 제가 형제들을 위해 밥을 해줍니다.
요리를 잘 할 줄도 모르고 그런 타입도 아니기에 어색하기는 하지만
제가 마음먹고 형제들을 위해 밥을 해 주는 마음이
새벽녘 고기잡이하고 돌아오는 제자들을 위해
생선을 구워놓고 기다리는 예수님처럼 흐뭇하고
무엇보다도 형제들이 사랑을 느껴하는 것 같아 좋습니다.
평소 무뚝뚝하기만 한 제가 작정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니
형제들도 사랑을 느끼며 좋아하는 것이겠지요(저 혼자의 생각일까?).

그런데 저도 밥 짓는 것을 일로 하지 않고 사랑으로 하고
어쩌다 특별히 하기에 형제들이 사랑으로 느끼고 알아주지만
그것이 소임인 형제들이나 엄마들은
그것을 사랑으로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뿐 아니라
그 일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 매우 서운할 것이고
힘이 빠져 그 일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밖의 일들이 돈과 성과로 평가를 받는데 비해
안의 일들은 대단한 사랑으로 평가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원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밖에 나가서 강의나 특수 사목을 하면 일의 표시가 나고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도 들어 보람을 느끼지만
안에서 양성을 담당하거나 집안 살림을 하는 형제들은
잘못하면 싫은 소리나 듣고 별로 때깔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 소임을 하는 형제들이 더 내공이 있어야 합니다.
영적으로 더 성숙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성령과 지혜로 충만하고 영적으로 성숙한 형제들이 있어야
다른 형제들이 그들의 살림에 의해 살림을 받고 힘을 얻어
그 힘으로 밖에 나가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고
그 살아남으로 부활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아침,
저는 이런 살림을 살아주는 형제가 있어 감사해하며
그러나 저는 형제들에게 그러지 못함을 부끄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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