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속에서
아침 안개 속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안개 속에 사랑이라고 썼다.
초가을 한 낮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한 잎 내주며 가벼워 졌다고 손을 흔들고
푸른 하늘에 가난이라고 썼다.
질펀한 저녁노을 아래 미루나무
저녁바람에게 슬픈 얼굴로 편지를 전하며
낙조에 물든 저녁바다에 그리움이라고 썼다.
한밤의 미루나무
밤바람 속에 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 님은 잘 계시더냐고
그리고 밤하늘에 행복이라고 썼다.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는 사랑
빈손이 아니고서는 얻지 못할 가난
지금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행복
눈물 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눈물이 마른 가슴을 사랑할 수 있는가
안개 속의 겨울 아침
미루나무의 눈가에 맺힌 이슬
해가 뜨기 전에 실컷 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