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미쳤다는 소문을 들은 친척들이
예수님을 붙잡으러 온 짧은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미친 짓 하지 말고 고향에 돌아와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친척들은 생각한 겁니다.
이 짧은 얘기를 묵상하면서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이고,
정상을 벗어난 미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거창하게는 인생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도 됩니다.
거창하게 생각하면 인생이란
안정이나 안주와의 싸움이고,
안정과 안주에서 벗어나 어딘가 도달하려고 끊임없이 싸우는 인생 같습니다.
주님께서 미쳤다고 오늘 친척들은 생각하는데
그런데 ‘미치다’의 한 뜻이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고,
다른 한 뜻이 ‘도달하다’, ‘가 닿거나 이르다’는 뜻이며,
또 다른 뜻이 어디에 ‘몰입하다’, ‘빠지다’는 뜻이지요.
이것을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뜻들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무엇이든 어떤 경지에 도달하려면 웬만큼 해서는 안 되고,
정상이 아닐 정도로 거기에 몰입해야만 되지요.
반대로 어디에 미치면 그 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을 정도로
거기에 빠져(몰입하여)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지요.
옛날 제가 소설에 미쳐 소설을 끄적이던 때가 있었는데
한번 그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마치 지금 젊은이들이 게임에 빠지면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듯 저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
수도자로서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더랬지요.
그래서 하느님께 미치기 위해 소설을 포기했는데
이처럼 하느님께 미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 제대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의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에 안주하는 것은 포기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정상적인 삶이라고 하면
때가 되면 결혼하고,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으로 대인 관계를 유지하고,
역마살 낀 사람처럼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하는 등의 고정 관념이 있지요.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예수님은 정상적이지 않고,
성인들 특히 프란치스코와 같은 성인도 전혀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다 하느님께 미쳤기 때문이고 하느님 나라에 생각이 꽂혔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다가 죽어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정상적인 삶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은 살 수 없었지요.
그러므로 성인들은 그리고 신앙인 중에서 열심이면 열심일수록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이란 정상이라든지 평범이라든지 안정이라든지 안주라든지
이런 것들은 얼마간 또는 많이 벗어나야지 하느님께 도달하고,
하느님 나라와 가까워지게 됨을 묵상케 하는 오늘 복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