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 레위기와 복음의 핵심을 뽑아봤는데 제 생각에 그것은 이렇습니다.
“나, 주 너의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 말씀들을 누구한테 한 것이냐 하면
레위기는 이스라엘 온 공동체에게 하신 말씀이고,
복음은 주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너희의 주인인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하고,
나처럼 거룩하다면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희가 진정 내 제자라면 가장 작은 이에게 잘해줘야 하는데
어느 정도로 잘해줘야 하느냐 하면 당신에게 하는 것처럼 잘해줘야 하고,
왜 그리해야 하느냐 하면 그가 바로 당신의 형제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관계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나의 관계만 있지 않고,
나-이웃의 관계만 있지도 않고,
하느님-나-이웃의 관계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무릇 참 신앙인이라면 이래야 하는데, 그런데 만일
아무 관계도 없고 나밖에 없으면 나는 이기주의자이거나 고립주의자이고,
하느님과의 관계는 없고 나와 이웃과의 관계만 있으면 무신론자이며,
이웃과의 관계는 없고 하느님과 나의 관계만 있으면 얼치기 신앙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진정 주님의 제자이고 참 신앙인이라면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사무쳐야 합니다.
주님의 이 말씀이 가슴에 사무치지 않는다면,
사무치기는커녕 스치지도 않고 지나간다면,
그래서 이 말씀이 아무 감동도 감사함도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주님의 제자가 아닐뿐더러 참으로 불쌍하고 불행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그리고 우리를 당신의 형제라고 하시다니!
이웃에게 한 것이 당신에게 한 것이라고 동일시하시다니!
이것은 주님께서 나도 당신과 동일시하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주님께서 이렇듯 나의 품위와 이웃의 품위를 높여주시는데
이웃을 개자식이라고 하며 무시하고 짓밟음으로써 품위를 떨어뜨리고,
이웃의 품위를 떨어뜨림으로써 나의 품위도 떨어진다면
주님께서 애써 올려주신 품위를 스스로 뭉개는 꼴이 되니 너무 허망하겠지요.
그래서 오늘 주님 말씀에 자극받아
내 주변에 가장 작은 이 그러나 주님의 형제인 가장 작은 이가 누구일지
한번 둘러보니 작다고 무시한 한 분이 즉시 떠올랐습니다.
말로는 ‘나는 작은 형제’라고 하면서
작다고 무시하는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품위를 떨어뜨리면서 나의 품위도 떨어뜨린 잘못을
부끄리며 뉘우치는 오늘 저이고 다시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오늘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