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들같이
어느 날
한 자락의 바람이 불어와 나무들의 볼을 비빌 때
나는 내 존재의 깊은 심연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보듯이 바깥에 서서 나를 보았다.
자연의 매우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나는
나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흐름을 관계 안에서 발견하듯이
자연 안에 숨 쉬고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나의 일상이
때 묻지 않은 순수의 바람 속에서 다른 피조물들과 더불어 흔들리고 있었다.
자연은 자연 안에서 경탄한다.
살아있는 생명으로 존재케 하는 선의 흐름이 있다는 것
그 흐름을 느끼는 것
흐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친다.
아버지께서는 그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함께 실제로 기뻐하신다.
두려움이 아닌 기쁨으로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하느님의 공포가 아닌 하느님의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살아계신 영의 현존을 전 존재로 느끼는 것이다.
나를 그 흐름 안으로 데려다주신 분께서
바람이 되어 볼을 비빌 때
나는 이미 아버지의 품에서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