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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1615-1621)

   가 :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Luben, 1577-1640)

   기 : 목판 유채, 16.5X122cm
소재지 :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역사에 나타난 화가 중에 루벤스만큼 여러 면에서 행운을 타고난 작가는 드물다.



루벤스의 집안은 가톨릭교도였지만 아버지가 당시 광신적 신앙관을 지녔던 칼뱅교로 개종함으로 그의 가족은 독일로 망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일생 동안 작가로서의 폭넓은 삶을 살기 위해 적어도 작품에 있어서만은 개신교의 편협성이나 광신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의 웅장한 작품은 여러 성당이나 귀족들의 저택에 장식용으로 사용되어 작가로서 대단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더욱이 인간관계도 좋고 해박한 지식과 교양이 있었기에 외교관 역할도 잘 해내었다.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시 베네치아 예술이 갖고 있는 시적 감흥과 과감한 색채 구사를 시도함으로써 과거 어떤 작가도 얻을 수 없는 명망을 얻게 되었다.


루벤스 자신도 천성적으로 과감한 시도를 좋아하던 편이었기에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빛을 반사하는 작은 패널의 흰색 표면 위로 가느다란 붓을 놀리거나 길이가 거의 2m나 되는 커다란 화폭에 물감을 듬뿍 묻힌 붓을 휘두르는 대가다운 몸짓도 터득했다.




오늘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 있는 그의 작품을 보면 시원한 터치로 그린 대형 작품들이 보는 사람들의 눈을 상쾌하게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런 웅장한 대형 작품 외에도 성서의 내용을 사실적 표현이 아닌 자기 나름의 상상력을 사용해서 표현함으로써 성서적 신심을 경직된 상태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시원하면서도 상쾌하게 그렸는데, 이 작품이 그중 하나이다.




성서에서 세례자 요한과 예수는 즈카리아와 엘리사벳, 요셉과 마리아라는 사촌 관계에서 출생하게 되며 다 하느님의 특별한 안배에 의해 출생하게 된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 보다 6개월 앞서 태어났으니 세상 수준에서 보면 형이었으나 영적인 차원에선 완전히 달랐다.
  

세례자 요한은 인간의 아들이었으나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셨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삶은 너무도 정확하고 근엄했기에 많은 사람이 세례자 요한이 바로 메시아로 생각할 만큼 훌륭한 인품의 사람이었다.



반면 예수님은 너무도 자유로운 삶을 사셨기에 어떤 대 당시 지도자들로부터 먹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순회 설교자로 의심받기도 했다.



그런데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두 분은 거의 30세가 된 나이에 나타나고 있는데, 작가는 사촌 사이였던 두 분의 어린 시절을 신앙의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사실 성서 어디에도 두 분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이 없으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작품을 남겼는데, 이것은 두 분의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성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것이다.


우선 두 어린이는 대단한 우정으로 가까이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들의 성덕 못지않게 어린 시절에 있을 수 있는 우정의 순수함과 밝음을 표현했다.


자기들 또래의 두 명의 천사와 세례자 요한 아기 예수님이 다정한 표정으로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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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례자 요한 가까이 천사는 어린양을 요한 곁에 가까이 있게 만드는데 이것은 요한이 맡은 사명, 즉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의 어린양이심을 알리는 역할을 표현하고 있다.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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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메시아로서 출현을 돕고자 하는 요한은 다정한 표정과 몸짓으로 대하고 있는 데 그 옆의 천사는 아기 예수님께 전할 약간 덜 익은 것 같은 푸른 포도를 가지고 예수님께 전할 자세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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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 왼쪽(그림의 오른쪽)에는 포도 외에도 자두 등 탐스러운 과일이 많이 담긴 과일 바구니와 함께 더없이 상쾌한 풍경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아기 천사가 아기 예수님께 전할 듯 들고 있는 이 포도는 예수님 편에서 표현해야 할 자기의 사명으로 볼 수 있다.

즉 십자가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며 작가는 아직 수난의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실 사명의 시기가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것을 상징하듯 덜 익은 포도주를 제시하고 있다.



포도는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흘려야 할 피를 예고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예술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성서에 나타나지 않는 장면의 설정을 통해 요한과 예수로 표현되는 선구자와 메시아라는 두 사람의 사명을 너무도 정감있게 표현했다.


강론의 주제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이야기는 경직되고 딱딱한 내용이 대종이 되어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실정을 너무도 여유롭고 평화롭게 전개해서 이 작품을 통해 만나는 세례자 요한과 아기 예수는 어떤 인간적인 설정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움 속에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마르코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다음과 같이 등장하고 있다.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마르 1,6)


요한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군중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루카 3,7-8ㄱ)



이런 성서의 내용을 볼 때 세례자 요한의 이미지는 너무 어둡고 근엄해서 어떤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끼기가 힘들다.



작가는 바로 이런 관점을 감안해서 어린 시절의 두 분을 설정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친근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신학자들이 접근하지 못한 방법으로 신앙의 내용을 부드럽고 아름답게 설명하는 재능을 발휘해서 신앙의 내용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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