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떤 분이시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어떤 존재인지 신명기는 오늘 이렇게 얘기합니다.
“보라, 하늘과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주 너희 하느님의 것이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너희 조상들에게만 마음을 주시어 그들을 사랑하셨으며,
오늘 이처럼 모든 백성 가운데에서도 그들의 자손들인 너희만을 선택하셨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모든 것의 주인이시고 아버지신데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마음과 사랑을 주시어
이스라엘 백성은 모든 민족 가운데 선택된 민족 곧 선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다른 민족은 사랑치 않고 이스라엘만 사랑하신다고,
이스라엘이 오해할까 봐 하느님은 사람을 차별 대우하지 않으시고,
이방인들도 사랑하신다고 신명기는 또한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이러하시니, “너희도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라고,
신명기는 얘기하고, 아울러 괜히 선민의식 때문에 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너희 마음에 할례를 행하고, 더 이상 목을 뻣뻣하게 하지 마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뽑힌 이유는
다른 민족들 위에서 거들먹거리고 무시하고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경외하고 섬기고 사랑하듯이 그 백성도 사랑하고 섬기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그 뜻을 모르고
잘못된 선민의식과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저는 이스라엘 족속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신앙이 아닌 인간적인 이유로는 이스라엘 민족을 싫어하고
그래서 주님 때문이 아니면 이스라엘에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에 비해서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는 성전 세를 내십니다.
성전 세를 받으셔야 할 분이 내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권을 내려놓으시는 주님의 모범이지요.
이런 주님의 모범과 신명기의 가르침에 비추어
우리는, 아니, 저는 반성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 백성인 신자가 되고,
제가 사제가 된 것은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이고,
하느님께서 이 은총을 주신 것은 하느님의 다른 자녀들을 섬기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마치 부모가 큰아들에게 재산을 더 물려준 뜻과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조상들 제사를 책임지고 봉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자녀들 곧 형제들을 도우라는 뜻 말입니다.
저나 여러분 모두 신앙의 유산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소유하고,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먼저 알고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내 것으로 꿀꺽 삼킬 것이 아니라 나눠야 하고,
나만 그 행복을 누릴 것이 아니라 같이 누리자고 이웃을 초대해야 합니다.
나만 행복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미안한 것입니다.
나만 행복한 것은 하느님 나라의 행복도 아니고,
그러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유산도 아닙니다.
선교의 이유, 복음 선포의 이유가 여기에 있고,
선교의 사명, 복음 선포의 사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깨닫고
신명기 말씀처럼 우리는 마음의 할례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마음의 할례란 마음에서 교만이나 특권 의식 같은 것을 벗겨내고
마음에 연민과 사랑만 남게 하는 것이고
다른 이의 구원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는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사랑과 함께 마음을 주셨다고 신명기는 말하는데
그 마음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랑의 마음 곧 관심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점을 묵상하고 마음에 새기는 오늘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