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좋다 하신 세상도 하느님을 싫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세상은 인간 세상을 말함이고,
인간 세상 중에서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말함일 겁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은
이해하기 쉽지 않고 맞는 말씀이라고 선뜻 수긍할 수 없습니다.
목의 가시처럼 뭔가 마음에 걸리고, 양심을 찌르고, 아무튼 불편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인가?
우리는 진정 하느님께 속하는 사람들인가?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가 떳떳하지 않고,
하느님께만 속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양다리 걸치기입니다.
어째서 그렇고, 어떻게 그러할까요?
세상이 허무하기에 하느님께 한 다리 걸치지만
세상이 좋기도 하기에 세상에 다른 한 다리를 걸칩니다.
그래서 “이 세상 살면서 싫어하기만 하면 살 수 없잖아요?”하고
이렇게 강변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하느님께 한 다리 걸치지만
하느님 좋으심이 세상이 좋은 것보다 멀기에 세상에 한 다리 걸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하느님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만 온전히 사랑 못 드리는 것 아닙니다.
이웃도 사랑하지만 온전히 사랑치 못하고 미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으로 당향하게 양다리 걸치기를 합니다.
이 여자와 저 여자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수도생활과 세속생활 사이에 양다리를 걸칩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나는 지금 두루 사랑하는 것이라고,
세상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온전히 사랑치 못하기에 여기저기
양 다리를 걸치는 것임을 솔직히 인정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온전히 사랑치 못하는 존재입니다.
하느님도 이웃도 세상도 온전히 사랑치 못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이런 오기는 가져야겠습니다.
사랑치 못하면 겸손이라도 해야겠다고 말입니다.